파사석탑오래전귀하디 귀한 먼 나라 공주알에서 태어난 배필 만나러풍랑에 시달리며 배 타고 올 때간절히 붙잡고 기도했다네 앞을 막는 파도 더미 잠잠해지라 돌 하나배를 덮는 먹장구름 사라지라 돌 하나몰아치는 세찬 바람 순풍 되라 돌 하나 작은 나무집에 오도카니 모여무심한 세월 잊은 듯 보여도그 옛날 기도는 남아서로 꼭 붙들고 서서왕비 된 공주 지키고 있다네 ▶ 시인 약력『아동문학세상』 등단 시낭송가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 구산동에 위치한 이 석탑은 48년(수로왕 7)에 수로왕비 허황옥(許黃玉)이 서역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
진영대창초등학교 - 첫눈베란다 창문 넘어개잎갈나무가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밤사이 굴곡진 토양에 저토록 공평하게 이밥을 뿌렸나!황톳빛 꿈을 꾸던 유년은허기진 배를 쓸며 입술을 깨문다흰 코고무신 신은 어머니는새벽부터 본산리 고구마 줄기로진영 장날 학교 보낼 아들의월사금을 장만하였다잔솔가지 지핀 아궁이의 온기가방 안 가득 정이 되면처마 밑 고드름도 녹아조잘대는 아이들의 머리에 떨어졌다교정은 이미 추위를 허물고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약력『문학세계』 등단구지문학 동인김해문인협회 회원 진영대창초등학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
성원학교 (김해여성복지회관)선생님 따라가나다라마바사읽고 또 써도생각은 안 나지만달달 떨리는 손연필 지팡이꼭 쥐고그 옛날 어렸을 적다 못 피운꿈국어 공책마음 밭에꼭꼭심고 있다. ▶약력2011년 『문예시대』 동시 등단2015년 아동문예 문학상 수상동시집 『달님 도장』김해문인협회 회원 시대적 아픔으로 한글을 깨치지 못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성복지회관에서 한글 공부를 하고 있다. 한글을 깨치지 못한 우리네 나이 든 부모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동시다. 글을 몰라 가슴 졸이며 생활한 것을 헤아리면 눈물이 고인다. 나이
백운대 공진문 동북쪽에 허리 잘린 구릉 하나먼 옛날 고려 때 송악신을 모셔다가대마도 정벌 가면서 승전을 빌었다지 김해의 영욕을 수천년 내려 보다시민의 쉼터로 오가는 이 벗이 되어가야의 빛났던 문화 회상에 젖어있네 가슴팍 한가운데 가야사람 묻어두고송악단 이름으로 천년을 살았는데누군가 붙여준 이름 백운대고분공원 약력『한국동서문학』 등단한국해양소년문화회 회원김해문인협회 회원 백운대(白雲臺)고분공원은 구산동 롯데캐슬 아파트 아래쪽 길 건너에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이름만큼이나 김해 시내를 내려다보기에 좋다. 시내의
연화사 소묘 바위에 기댔는지 바위를 품었는지쓰개치마 입은 듯 품을 내준 치자나무 아래에서바위는 하얀 꽃을 피운다어둠에 묻힐까 봐 밤새 뜬눈이던 키낮은 가로등은향기에 취해낮에도 불을 켜고 있다 연꽃 위에 서있는 칠층석탑 뒤로호위병처럼 둘러싼 대숲댓잎 부딪히는 소리 사이로 들려오는새소리 사람소리그림자 다섯 데려와 연못에 발 담근다 시인 약력2011년 『시와사상』 등단시집 『다정하지 않은 하루』김해문인협회 회원 김해의 옛 중심지 동상동에 있는 연화사는 연못 위에 절이 떠 있는 형상이다. 이곳 바위와 치자나무 꽃향기는 시 공
동상동 재래시장 - 선물오체투지 사내가 낮별을 굴리며 온다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천연덕스럽게 틀면서고개를 주억거리며 네 발을 끌고 온다가끔 마주칠 때면 눈인사나 주고받았는데자판기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캄캄한 고래 뱃속에 불이 퍼떡 켜진다귀를 세우는 뽕짝소리 차 한 잔을 건네면소년처럼 빨개지며 돈은 그만, 손사래를 친다길어진 그림자 꼬리에 하루해를 달고 간다서로가 바빴던지 가을을 몽창 지우고한 해가 저물 무렵 책상에 놓인 작은 선물내 마음 수분이 마를 때 조금씩 찍어 바른다 ▶시인 약력 『시조문학』천료 시집 『윤이
아무도 몰라 초선대 마애불 마음아무도 모른다슬프다 해도 웃고즐겁다 해도 웃고 아무도 모른다바위 같은 그 마음하지만 웃으면슬픔도 웃음이 되고기쁨도 웃음이 되고 하지만 때로는슬픔이 지나면 기쁨이 되고기쁨이 지나면 슬픔 되는 것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초선대 부처님언제 바위 옷을 벗고나오시려는지빙그레 웃고만 있네. ▶시인 약력'소년세계'로 등단152권의 저서와 번역서가 있음김해문인협회 회원 마애불(磨崖佛)은 김해 안동에 위치한 초선대(招仙臺) 자연 바위에 새겨진 고려 시대 불상이다. 이 시는 동시로 웃고
유공정(柳公井) 두레박을 잃어버렸다누가 길어 올리기라도 한다면바닥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데,아 하고 외쳐도소리는 돌려보내지 않는다시장통 좁은 골목에 갇혀수심은 열 발이나 차올라 깊어졌다떠나면 잊어버리던 고향인가동네 입이 되고귀가 되는 곳으로물병자리 별들이 첨벙 빠졌다 간다아무도 얼굴을 비추지 않아한마디 말도 퍼 나를 수 없는 곳에서몸은 뱀 허물처럼 말라 간다깊어져서 우물이다샘솟아야 우물이다맑은 물 한 바가지 동상동에 뿌리면푸른 소문이 물독마다 괼 것 같은,유공정 우물가에서 목이 마르다 ▶작가 약력 2009년 『서정과 현
선학산 선지사 주촌면 선학산 자락의천년 고찰 선지사세월의 더께를 간직한 벽화에선학이 내려앉아 노닐고아주 오래전에는절에 간 사람들이 먹을 만큼만쌀이 나오는 뒤주가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가야문화의 전통과 맥을 잇고자중국 운남성에 위치한 공죽사의오백나한을 보고 만들었다는오백나한의 성지로영산전이 주불전(主佛殿)이다오백나한은 전부 수행자의 모습이기에장유화상, 원효대사, 달마조사, 육조혜능, 의상대사의 상을보기만 했는데도오염된 내 마음이 베인 듯하다선뜻 심화한 아픔에들불처럼 번지는 번뇌와벼랑으로 내몰려 금이 간생각들로 까무룩 하다
서잿골 등골을 가진 것들은 중심의 연대기를 알 수 없다는데 내 어깨에 나무가 자라서수많은 가지를 뻗고 잎을 달고야생 곰은 도끼발로 나무를 내려친다 쿵쿵 찍을 때 마다서잿골에 오르면달맞이꽃 라벤더 버드나무 생달나무저만치서 손짓 한다 저 아래로 향기를 보내는 것이따지고 보면 신기루지 황사 낀 마음구름 덩어리 지고 있는 어깨지진 난 심장을 용케 알아차리고아랫동네로 훅훅 날려 보내는푸른 신호천연 향수골짜기 생수 모든 생물들이 연대기라고 외치는 서잿골이 중심이지 ▶시인 약력경남 밀양 출생2018년 『문예바다』 가을호 시 공모
연지에 기대다너는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네 속으로 걸어가면나의 한 손을 잡아주며어리연처럼가슴에 무늬를 새겼다가수면 위로 기억을 던진다여름이 가고가벼운 바람을 몰고너를 만난다물빛 얼굴로 삼나무에기대어 선 채로부들처럼 흔들리는나를 잡아주는 너의 손놓지 않으련다발목을 휘감고 가는 바람이돌아와 목을 감아도휘청거리며 넘어져도넘어지는 것이 아니라네게 안기는 것이다하늘도구름도 꽃도 네 어깨에기대어 앉는다나도 여기에 앉으련다약력『새시대문학』 등단시집 『다시 너에게로 가는 저녁』김해문인협회 회원 내동의 연지 공원은 우리에게 쉼을 주는
모정 금병산 꽃이불 덮고 잠든 금병산 오솔길을꽃비를 맞으며 걷다 보면옛 추억이 함께 걷는다아들과 딸이 뛰어놀던 산허리에는노랑 벌꽃하늘만큼 땅을 덮고 있다나무처럼 자라던 아이들꿈을 찾아집을 떠나고목이 길어진 모정은추억을 매달고먼 강을 바라본다약력김해 진영 거주『문학공간』 등단시집『고래 하품』김해문인협회 회원, 구지문학 동인 금병산은 김해 진영에 있다. 누워 있는 어머니의 형상을 닮아 험하지 않고 평탄하다. 그래서 어머니의 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에는 그 유명한 진영 단감나무 과수원이 많다. 어머니의 젖으로 큰 단감은
구지봉(龜旨峯)에서 서녘 노을이 저리 고운데이녁 노여움 그만 푸시게지나온 길이야 다 지난(至難)한 길지금 되새겨 무얼 하겠나?이녁 그만 노여움 푸시게서녘 노을이 저리도 고운데지나온 근심들도 닥쳐올 근심들도해가 저물고 나면 다아마 저 노을 같을 것일세잎 피기 전의 꽃이나잎 지고 난 뒤의 꽃이나슬퍼하기로 하면 매 한 가지지나온 길이야 다 지난(至難)한 길지금 되새겨 무얼 하겠나?지금은 이제 해가 지는 시간서녘 노을이 저리 고운데이녁 노여움 그만 푸시게. ▶약력경남 창녕 출생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1988)시집『널뛰는 직녀
아름다운 김해로장정임 시인나는 가리라 연두색 들풀 바람에 나부끼고흐르는 강물엔 가물치 튀어 오르는 곳삘기꽃 하얗게 흔들리던 그곳으로이글대는 태양의 7월이 오면진초록 들판의 하얀 왜가리외발로 서서 하늘 보던 곳찬란한 초록 물결치고연두의 바람이 불던 김해나는 가리라낙동강 젖은 구포교를 지나동상동 부원동 천관의 마을밤마다 언덕엔 고분의 주인이 일어나옥대소리로 거니는젊은 수로왕 황옥과아들을 열 명이나 낳던 곳나는 가리라 아름다운 김해로열정과 게으름으로 활기차고 나른한신화와 젊음의 도시고풍과 새로움으로 뒤섞이며무덤 위에서 다시 솟는 곳약력시
화포천을 위한 습작무거운 안개를 보듬은 새벽이 뿌연 가로등처럼 햇살을 반사하고 있다.고라니 발자국은 젖은 풀섶 서걱거림을 덮어버린다.야생의 숲과 생명체들은 제각기 다른 길을 지니고 있다.또 다른 질서가 지배하는 곡지(鵠志) 습지는 해마다 불어난 홍수에 젖은 슬픈 목소리로 울었다.물소리는 풍경의 한 부분으로 묻혀버렸고 물푸레나무 숲 사이의 잔가지 끝에서 거슬러 온 길의 아우성이 들린다.시멘트 바닥이 최후의 보루를 쌓아 이제 빗방울 소리마저 아름답게 들리는 비밀의 화원, 풍경 사이에서 속살거리는 화원은 눈부시다.비발디의
신어산〈김용웅 시인〉노을을끌고 가는신어산한 겹한 겹몸을 숨기며쳐다보면수줍어얼굴 붉히는신어산아!커다란 노을 새가 앉은신어산 오월바라만 보아도눈이부시네약력아동문학평론 동시 등단동시집 '종이비행기의 꿈', '손가락이 하는 말'김해문인협회 고문 여름의 노을은 참 아름답다. 장유 불모산 위로 넘어가는 김해의 노을은 피를 토하며 절규하는 듯한 비장미(悲壯美)로 더 아름답다. 이 시는 노을에 관한 시로는 읽히지 않지만(잘 못 해석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노을을 보면 생각나는 시라서 소개한다. 시는 ‘커다란 노을 새
분산성김익택 시인내 안의 너의 생명을보호한 죄시 공간을 떠다니는세월 속에 숨은 얘기를누가 귀담아들어 보았던가담쟁이 넝쿨이삶의 터전을 삼고검은 이끼가 집을 짓고나무가 돌 틈 사이로뿌리를 내리는 세월천 년빛에 부서지고바람에 깎이고비에 닳아버린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그도 마찬가지전쟁의 소용돌이 속에불화살 조총 방패막이가 되어단 한 번도 너를 위해 살아도나를 위해 살아 본 적 없다약력김해 내동 거주『앞선문학』 등단김해문인협회 회원 시인은 사진작가로 김해의 역사에 시와 사진으로 남기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분산성을 찍은 한 장의 사진과 같이 시
강이 쓰는 시 - 낙동강·415서태수강물은 흐르면서 일 년 내내 시를 쓴다바람 잘 날 없는 세상굽이마다 시 아니랴긴 물길 두루마리에 바람으로 시를 쓴다낭떠러지 떨어지고 돌부리에 넘어진 길부서진 뼛조각을 물비늘로 반짝이며수평의 먼동을 찾아 휘어 내린 강의 생애온몸 흔들리는 갈대숲 한 아름 묶어서사는 해서체로, 서정은 행서체로시절이 하수상하면 일필휘지 초서체다비 섞고 눈을 섞고 햇볕도 섞은 시편(詩篇)파고(波高) 높은 기쁨 슬픔온몸으로 새겼어도세상은 시를 안 읽고 풍랑(風浪)이라 여긴다약력김해 장유 출생『시조문학』 천료시집『강이 쓰는
해반천을 걸으며장정희 시인 내 안에서 점멸등이 신호를 보낼 때실뭉치 하나 들고 뜨개질하듯 해반천을 걸어 삼계교(橋) 이르면 마중 나온 유년의 목소리들시끌벅적, 나팔꽃으로 피어 반겨 주네 하교 후, 천(川)을 따라 노란 주전자 들고 아버지 술 심부름하던 때여린 종아리에 석양을 걸고 삐비꽃 씹던 때시계풀꽃 꺾어 꽃반지 만들던 때 공병학교 군인들 삼삼오오 모여 빨래하던 곳 그들은 떠나갔어도시간이 묶어놓은 추억의 보따리는금관가야의 숨결에 업혀 흐르고 있다물이 만든 길을 따라길이 만든 물을 따라누대의 전설부터 가야왕도 김해의 긍지 품고끊임없
서상동, 바람의 골목이윤 시인여기바람 부는 골목을 걸으면그 길 한 모퉁이에서 문득마주 오는 당신을 생각합니다처마의 벌집들이 몸부림치며 날아간 자리말갛게 남아 있는 하늘과순한 눈에는 이슬 한 방울로 둥실떠오르고 마는 하늘과안녕, 안녕하였지만여기이곳에 들어서면땀방울 씻어주는 유일한 골목길그리움은 더 이상 나가지 않습니다이국의 젊은이들 다소곳이 담뱃불 껌벅이는양면은 소리 없는 길골목은 생(生)보다 앞서 있고한 시간 혹은 한 생애 두고골목길은 언제나 바람보다 앞서 있지만 아침은 언제나 어둠보다 앞서 있고이미 떨어진 꽃잎처럼 꼼짝하지 않는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