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나는 걸까 고고한 이 향기는,살바람 어깨 겯고 설한을 건너왔나남명의 기개를 깨워 가슴팍에 온 새벽 꿈조차 없는 밤을 수없이 뒤척이다얼붙은 맨몸으로 잔설을 녹여 가면여리디 여린 피톨에 가만가만 듣는 비 살얼음 버무려진 매화꽃 붉은 멍울수심이 풀린 하늘 꽃잎 한 잎 열리자단성소 붉은 마음이 사자후를 쏟는다
오늘 이 곳만이 있을 뿐내일은 기약하지 말자던 전우 해마다 오는 추념식 빈자리에어제만을 되돌이로 살고있네 전우를 부르던 구성진 노랫가락레코드가게 선반에서 늙어가고 역사는 돌고 돈다는 역동설국립묘지 맨 아래 음지에 누웠네 화려한 계절 지나 유월이 오면칠십 년 시간 속에 쉬면 좋으련만 아픔은 지워지지 않고지지않는 붉은 꽃으로 다시 오니 그때 피어나지 못한 꽃들이그리 많았다는 거지 〈시 감상〉 6.25전쟁이 일어난지도 71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날의 포화 소리를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마다 오는 추념식 빈자리''가
노을이 부서진다경호강이 부서진다 부서진 노을은 여울목이 되고부서진 경호강은 내 눈가 주름이 된다 소리 없이 부서지는 것들흔적 없이 흩어지는 것들갑자기 사라지는 것들 부서진 네 그림자는무엇으로 모을 수 있을까사라지고 부서진 파편들다시 새로운 강물 되어 흐를 수 있을까 여울목에서 나는 너를 기다린다밤이 되면 별빛이 찾아오듯너를 기다리며너에게로 내 발자국 소리 보낸다 여울을 위해네 그림자를 위해경호강 노을을 위해다시 돌아올 은어를 위해
육질이 살아 있는 옷감으로친환경 코트를 만든다원단이 싱싱해 색상과 무늬가추위 막기에는 제격이다마름질하기 위해 가위는장바구니 가득한고기류와 채소를 씻어 자른다두툼한 안감의 팔딱이는 생선 비린내는밑실로 감아 숨기고하얀색 바탕에 붉은 꽃 새긴꽃등심으로 깃 세운그 끝에 버섯을 이어 붙여가늘게 채 썬 양파로매운 향 솔기 만들 때까지노루발*은수없이 어루만지고 핥으며 밤 지샌다패션계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와건강 지키는 유기농 의류가 대세디자인이 유행에 뒤처지면과감히 벗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젓가락이 닿자마자코트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며보풀 일어난 매운
벽에 피가 흐른다피돌기를 시작한 시멘트는 숨소리를 낸다빗물이 스며 든 낡은 벽시간을 채색한 곰팡이의 자생지는붓길을 따라 숨 고르기를 마치고바닥을 기었던민들레 옷으로 갈아 입는다수직으로 일어선 민들레 속씨씨앗들 주섬주섬 허공을 붙잡으며먼 곳으로 날아 간다갈 곳을 알지 못해도씨앗을 기다리는 이에게 다가가착지를 하고 싹을 내린다씨앗을 쪼아 먹던 새들이 벽에 날아 들어둥지에 앉아 숨 쉰다바람을 타고 퍼져나갈 작은 새벽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사람의 숨소리를 먹고 자란다벽에 뿌리를 내린 민들레처럼
등굣길에 항상 듣는 이야기마스크 챙겼어?깜박한 내 정신에엄마의 말이 발걸음을 세운다흰색 얼굴 검은색 얼굴눈만 동그라니 나와현미경 눈으로 관찰하지만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얼굴뿐이다마스크 벗으면 벌점이야코인 노래연습장 출입금지하지마라는 소리만 매일 하시는선생님 입도 아프시겠다코로나가 무서운지줄어든 말에 친구는 멀어지고고3 선배들 수능일도 다가오는데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경자년 새해부터마스크 대란이 우울하게 하고뉴스를 타는 확진자 카운트다운에미래의 코로나 19 환자가 된다생활을 바꿔 놓은 전염병사람의 욕심이 만들어 놓은 코로나 19배려하
뒤틀린 고목의 허리를 감싸 안고삶의 부침을 견뎌낸 증표처럼 굳은 옹이가옹알옹알 말을 하는데주름진 가슴을 쉬 열지 못하는여윈 고목의 거친 손등 위로우수수 떨어지는 삶의 파편들아문 상처를 다시 끄집어내어그 속을 들여다보는 것은쌓인 그리움의 목록을 여는 일인데비가 오는 날이면다 채우지 못한 추억을 찾아옹이를 만나러 갑니다
소나기끝난 뒤해님이바쁘게산에서들에서아이를불러 모아빨주노초줄을 세운다
아기가어서 키가 자라고 싶은가?해를 따라키가 자라고 있는해바라기처럼까치발성큼 들고서해를 따라 돌아요온종일해님 가득 담고서벌써얼굴은노오란 해바라기 닮았어요
지난밤별들이몰래 내려와풀밭에초롱초롱새우잠 자는오색 보석들
바람은도둑인지체육 시간에운동장을 돌아흘린 땀을어느새 훔쳐갔네훔쳐간 뒷자리에시원함을 슬쩍 남겨두고무엇이라도주고 싶은 마음으로자꾸만뒤따라오는 바람은
호 ~ 르 ~ 르호 ~ 르 ~ 르혼자집을 보면서신문을 넘긴다어느새바람이 다 읽은소식을누구에게전하고 싶은마음으로대청마루에 온종일서성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