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시인

구지봉(龜旨峯)에서
 
<성선경 시인>

서녘 노을이 저리 고운데
이녁 노여움 그만 푸시게
지나온 길이야 다 지난(至難)한 길
지금 되새겨 무얼 하겠나?
이녁 그만 노여움 푸시게
서녘 노을이 저리도 고운데
지나온 근심들도 닥쳐올 근심들도
해가 저물고 나면 다
아마 저 노을 같을 것일세
잎 피기 전의 꽃이나
잎 지고 난 뒤의 꽃이나
슬퍼하기로 하면 매 한 가지
지나온 길이야 다 지난(至難)한 길
지금 되새겨 무얼 하겠나?
지금은 이제 해가 지는 시간
서녘 노을이 저리 고운데
이녁 노여움 그만 푸시게.

 

▶약력
경남 창녕 출생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1988)
시집『널뛰는 직녀에게』,『옛사랑을 읽다』,『아이야! 저기 솜사탕 하나 집어줄까?』외 다수
마산시문화상, 월하지역문학상, 경남문학상 수상 외

우포 양민주.

 삶에 달관한 시다. 나는 얼마를 더 살면 이러한 시를 쓸 수 있을까? '서녘 노을이 저리 고운데, 이녁 노여움 그만 푸시게'까지 한 행도 놓치기가 싫다. 수미상관(首尾相關)을 이룬 리듬 또한 탁월하다. 김해의 역사적인 곳 가야의 시조 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온 곳 구지봉에 서서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시인의 마음은 모든 것을 포용하는 용서다. 누구든 구지봉에 서서 노을을 바라보면 용서하는 마음이 일지 않을까! 
 '지나온 길이야 다 지난(至難)한 길' 화가 날 땐 구지봉으로 가보자.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