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권 시인

유공정(柳公井)

<김용권 시인>
 
 
두레박을 잃어버렸다
누가 길어 올리기라도 한다면
바닥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데,
아 하고 외쳐도
소리는 돌려보내지 않는다
시장통 좁은 골목에 갇혀
수심은 열 발이나 차올라 깊어졌다
떠나면 잊어버리던 고향인가
동네 입이 되고
귀가 되는 곳으로
물병자리 별들이 첨벙 빠졌다 간다
아무도 얼굴을 비추지 않아
한마디 말도 퍼 나를 수 없는 곳에서
몸은 뱀 허물처럼 말라 간다
깊어져서 우물이다
샘솟아야 우물이다
맑은 물 한 바가지 동상동에 뿌리면
푸른 소문이 물독마다 괼 것 같은,
유공정 우물가에서 목이 마르다

 

 ▶작가 약력
 2009년 『서정과 현실』등단
 제2회 박재삼 사천지역문학상 수상
 시집<수지도를 읽다>, <무척>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류공정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나라를 위해 의병을 일으켜 김해성을 지키던 류식이 왜군들이 성으로 유입되는 물길을 막아 식수가 단절되자 객사 앞의 이끼 낀 계단을 파서 만들 우물이다. 김해 동상시장 안에 있다.
류식은 끝까지 왜군과 맞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여 임진왜란 사충신의 일원이 되었다. 윤동주 시인은 <자화상>에서 우물을 들여다보면서 자신의 내면을 성찰했다. 시인은 ‘유공정 우물가에서 목이 마르다’고 한다. 이는 시인의 실존(實存)으로 옛 류식 공(公)을 그리워한다는 뜻일 것이다.

  금관부 객사 앞 샘이 있어 물이 차고 맑을 뿐 아니라
  태평세대를 이끌어 백성들의 식수로 애음하니
  옛 노인들이 유식의 공을 기려 유공지정(柳公之井)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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