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택 시인

분산성

김익택 시인

내 안의 너의 생명을
보호한 죄
시 공간을 떠다니는
세월 속에 숨은 얘기를
누가 귀담아들어 보았던가

담쟁이 넝쿨이
삶의 터전을 삼고
검은 이끼가 집을 짓고
나무가 돌 틈 사이로
뿌리를 내리는 세월
천 년

빛에 부서지고
바람에 깎이고
비에 닳아버린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을
그도 마찬가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불화살 조총 방패막이가 되어
단 한 번도 너를 위해 살아도
나를 위해 살아 본 적 없다


약력
김해 내동 거주
『앞선문학』 등단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시인은 사진작가로 김해의 역사에 시와 사진으로 남기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분산성을 찍은 한 장의 사진과 같이 시를 읽는데 그 자체가 아름다웠다. 성의 내력이 이미지로 살아나면서 성을 지키는 병사가 되어 함성을 지르며 적을 무찌르고 있었다. 적이 침입해 오면 백성들을 들어오게 하여 지켜주는 ‘단 한 번도 너를 위해 살아도 나를 위해 살아 본 적’ 없는 성(城)은 성스러워 성(聖)이 되어있다. 이를 생각하면서 시를 한 번 더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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