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승열 시인

동상동 재래시장 - 선물

<남승열 시인>


오체투지 사내가 낮별을 굴리며 온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천연덕스럽게 틀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네 발을 끌고 온다

가끔 마주칠 때면 눈인사나 주고받았는데
자판기 앞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
캄캄한 고래 뱃속에 불이 퍼떡 켜진다

귀를 세우는 뽕짝소리 차 한 잔을 건네면
소년처럼 빨개지며 돈은 그만, 손사래를 친다
길어진 그림자 꼬리에 하루해를 달고 간다

서로가 바빴던지 가을을 몽창 지우고
한 해가 저물 무렵 책상에 놓인 작은 선물
내 마음 수분이 마를 때 조금씩 찍어 바른다

 

▶시인 약력
 『시조문학』천료
 시집 『윤이상의 바다』, 『즐거운 감옥』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가슴이 따뜻해지는 시조다. 시장에 가면 오체투지로 살아가는 장애인을 가끔 만나기도 한다. 그런 사람은 아마도 날개 잃은 천사일 것이다. 시인은 동상동 시장 사람으로 가끔 눈인사나 주고받던 사이인 날개 잃은 천사로부터 자판기 커피 한잔을 건네받는다. 일이 바빠 제때 마시지 못하고 파장 무렵에 식은 커피를 마시고 있다. 이 커피로 말미암아 마음이 시들지 않고 가을의 국화꽃처럼 피어난다. 동상동 시장에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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