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수 시인

강이 쓰는 시 - 낙동강·415

서태수

강물은 흐르면서 일 년 내내 시를 쓴다
바람 잘 날 없는 세상
굽이마다 시 아니랴
긴 물길 두루마리에 바람으로 시를 쓴다

낭떠러지 떨어지고 돌부리에 넘어진 길
부서진 뼛조각을 물비늘로 반짝이며
수평의 먼동을 찾아 휘어 내린 강의 생애

온몸 흔들리는 갈대숲 한 아름 묶어
서사는 해서체로, 서정은 행서체로
시절이 하수상하면 일필휘지 초서체다

비 섞고 눈을 섞고 햇볕도 섞은 시편(詩篇)
파고(波高) 높은 기쁨 슬픔
온몸으로 새겼어도
세상은 시를 안 읽고 풍랑(風浪)이라 여긴다


약력
김해 장유 출생
『시조문학』 천료
시집『강이 쓰는 시』외
수필집『조선낫에 벼린 수필』 외

양민주 시인.
 낙동강·415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시인은 낙동강의 시인이다. 성품도 강을 닮아 버렸다. 낙동강은 양산협곡을 지나면서 동서로 지류가 생기는데 하나는 구포에서 하단으로 또 다른 하나는 대동에서 가락으로 흐른다. 대동에서 가락으로 흐르는 강이 낙동강의 본류라는 사실을 우리는 모르고 살아간다. 일제가 제방을 쌓으면서 하단으로 흐르는 강이 넓어져 생기는 오류다. 낙동강은 김해평야를 낳은 김해의 강이다. 이 시는 시조로 우리네 삶을 강물에 비유하여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