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란 시인

연지에 기대다

<하영란 시인>


너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네 속으로 걸어가면
나의 한 손을 잡아주며
어리연처럼
가슴에 무늬를 새겼다가
수면 위로 기억을 던진다
여름이 가고
가벼운 바람을 몰고
너를 만난다
물빛 얼굴로 삼나무에
기대어 선 채로

부들처럼 흔들리는
나를 잡아주는 너의 손
놓지 않으련다
발목을 휘감고 가는 바람이
돌아와 목을 감아도
휘청거리며 넘어져도
넘어지는 것이 아니라
네게 안기는 것이다
하늘도
구름도 꽃도 네 어깨에
기대어 앉는다

나도 여기에 앉으련다

약력
『새시대문학』 등단
시집 『다시 너에게로 가는 저녁』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내동의 연지 공원은 우리에게 쉼을 주는 공간이다. 시에서처럼 여름이 갔으니 가벼운 바람을 몰고 연지공원으로 가보자. 하늘도 구름도 꽃도 공원의 어깨에 기대어 앉는 곳이다. 그 곁에 살며시 앉으면 상처 난 육신과 영혼까지도 치유받을 수 있는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물빛 얼굴로 삼나무에, 기대어 선 채로’에서 기댄다는 것은 지혜로운 삶의 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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