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시인

화포천을 위한 습작

<박지현 시인>


무거운 안개를 보듬은 새벽이 뿌연 가로등처럼 햇살을 반사하고 있다.
고라니 발자국은 젖은 풀섶 서걱거림을 덮어버린다.
야생의 숲과 생명체들은 제각기 다른 길을 지니고 있다.
또 다른 질서가 지배하는 곡지(鵠志) 습지는 해마다 불어난 홍수에 젖은 슬픈 목소리로 울었다.
물소리는 풍경의 한 부분으로 묻혀버렸고 물푸레나무 숲 사이의 잔가지 끝에서 거슬러 온 길의 아우성이 들린다.
시멘트 바닥이 최후의 보루를 쌓아 이제 빗방울 소리마저 아름답게 들리는 비밀의 화원, 풍경 사이에서 속살거리는 화원은 눈부시다.
비발디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달빛을 품고 있는 화포천.


약력
'새시대문학' 등단
시집 '하얀성'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시인은 우리가 듣지 못하는 늪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늪이 되어보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가 지배하는 곳에서 홍수로 슬픈 울음소리도 있을 것이고 생명의 탄생을 위해 내지르는 아우성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실재하는 빗방울 소리까지 더해져 늪은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된다. 김해의 화포천(花浦川))은 꽃의 늪이요 음악의 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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