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말순 시인

진영대창초등학교 - 첫눈

<우말순 시인>


베란다 창문 넘어
개잎갈나무가
하얗게 눈을 이고 있다

밤사이 굴곡진 토양에 
저토록 공평하게 이밥을 뿌렸나!
황톳빛 꿈을 꾸던 유년은
허기진 배를 쓸며 입술을 깨문다

흰 코고무신 신은 어머니는
새벽부터 본산리 고구마 줄기로
진영 장날 학교 보낼 아들의
월사금을 장만하였다
잔솔가지 지핀 아궁이의 온기가
방 안 가득 정이 되면
처마 밑 고드름도 녹아
조잘대는 아이들의 머리에 떨어졌다

교정은 이미 추위를 허물고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약력
『문학세계』 등단
구지문학 동인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진영대창초등학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부인인 권양숙 여사의 모교다. 시에서 본산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이므로 노 대통령에 관한 시로 보인다. 김해에는 첫눈이 언제쯤 올까! 첫눈에 대한 설렘은 누구나 있다. 어릴 적 진영대창초등학교 교정에도 첫눈이 왔다. 개잎갈나무가 하얗게 눈을 이고 있는 풍경이 정겹다. 굴곡진 토양에 공평하게 이밥을 뿌려 놓은 것 같은 눈이 평화롭다. 잔솔가지 지핀 아궁이의 온기가 정이 되어 처마 밑 고드름을 녹이던 그 시절은 눈이 와도 배는 고팠다. 배가 고파도 웃음꽃 피우던 그 시절은 그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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