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희 시인

 

선학산 선지사

<윤주희 시인>
 
 
주촌면 선학산 자락의
천년 고찰 선지사
세월의 더께를 간직한 벽화에
선학이 내려앉아 노닐고
아주 오래전에는
절에 간 사람들이 먹을 만큼만
쌀이 나오는 뒤주가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가야문화의 전통과 맥을 잇고자
중국 운남성에 위치한 공죽사의
오백나한을 보고 만들었다는
오백나한의 성지로
영산전이 주불전(主佛殿)이다
오백나한은 전부 수행자의 모습이기에
장유화상, 원효대사, 달마조사, 육조혜능, 의상대사의 상을
보기만 했는데도
오염된 내 마음이 베인 듯하다
선뜻 심화한 아픔에
들불처럼 번지는 번뇌와
벼랑으로 내몰려 금이 간
생각들로 까무룩 하다
천년을 묵묵히 기다려온 침묵 속
쟁쟁이는 불경소리에
육신의 때를 말끔히 씻어
덩두렷이 남기는 빛 하나 있기를
기도의 회랑에서 소원한다


 ▶시인약력

『한울문학』시, 『시사문단』수필 등단
금오문학 대상 수상
김해문인협회 회원


 

양민주 시인.
 김해시 주촌 선지리에 있는 선지사는 통일신라 시대 사찰로 예전에는 덕천사였는데, 1999년 인제대학교 가야문화연구소에서 유적발굴을 했다. 그때 '선지사(仙地寺)'가 새겨진 명문 기와와 와편 등 30여 점 유물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기에 선지사로 절 명칭을 바꾸었다. 선학산 선지사 사적기의 선학산이 지금은 경운산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선인이 춤추는 소매 모양(仙人舞袖形)의 명당이다.
 나는 몇 주 전 선지사 산사 음악회에 다녀왔다. 음악으로 번뇌를 벼랑으로 내몰고 시인의 아름다운 시처럼 반달 달빛에 비친 오백 나한의 온화한 미소를 마음에 담고 소원하나 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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