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 시인

파사석탑

<김미정 시인>


오래전
귀하디 귀한 먼 나라 공주
알에서 태어난 배필 만나러
풍랑에 시달리며 배 타고 올 때
간절히 붙잡고 기도했다네
 
앞을 막는 파도 더미 잠잠해지라 돌 하나
배를 덮는 먹장구름 사라지라 돌 하나
몰아치는 세찬 바람 순풍 되라 돌 하나
 
작은 나무집에 오도카니 모여
무심한 세월 잊은 듯 보여도
그 옛날 기도는 남아
서로 꼭 붙들고 서서
왕비 된 공주 지키고 있다네

 

▶ 시인 약력
『아동문학세상』 등단
 시낭송가
 김해문인협회 사무국장


 

양민주 시인.
 구산동에 위치한 이 석탑은 48년(수로왕 7)에 수로왕비 허황옥(許黃玉)이 서역 아유타국에서 바다를 건너올 때 파신(波神)의 노여움을 잠재우기 위해 싣고 왔다고 『삼국유사』 등 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 석탑이 2000년 만에 서울로 나들이를 하러 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2월 3일 개막한 특별전 ‘가야본성―칼과 현’에서 파사석탑을 공개했다. 이시는 기도의 시다.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도록 돌탑을 쌓으며 기도하는 의식이다. 탑은 수로왕비의 기도를 들어주었다. 왕비는 갔지만, 지금도 작은 나무집인 비각(碑閣)에 오도카니 모여 서로 꼭 붙들고 서서 그 옛날 왕비의 기도를 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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