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3일 연달아 쉬는 연휴에 외할머니를 모시고 가족들과 함께 전라남도 영암으로 여행을 떠났다. 전남 광주에 사시는 외할머니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의 힘으로 집안일을 하고 교회도 매주 나가셨다. 하지만 얼마 전 외할머니께서 몸이 불편하다는 소식을 가족을 통해 듣게 됐다. 할머니가 진단받은 병명은 파킨슨병이었다. 파킨슨병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일환으로 신경 세포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 소멸하게 되고, 이로 인해 뇌 기능에 이상에 생겨 근육과 장기들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는 병이다. 지난주 토요일 영암의 한 한옥펜션에서 밤새
부처님은 보리수 아래에서 과학적인 도구 하나 없이 맨 몸으로 풀방석 위에 앉아 인간의 본질을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살과 뼈를 포함한 모든 형상과 우리의 모든 감정과 지각들이 합성이 된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합성이 된 것이란 여러 개의 성분들이 합쳐져서 생긴 결과입니다. 예를 들어 못과 나무는 탁자가 되고, 물과 찻잎에서 차가 생겨나고, 공포·헌신·구원자로부터 신(神)이 탄생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그 결과물은 합성을 이룬 각각의 부분들로부터 결코 독립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실재로 그것이 독립적으로
지방선거가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다. 각 당의 후보는 이제 거의 정해졌고 본격적인 선거가 진행되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몇일 전 한 시장후보의 예비홍보물이 아파트입구에 끼여 있는 걸 보니 이제 본격적인 선거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이번 선거는 6.13 지방선거이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것도 전국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아주 낮은 정당의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열일하시는 후보를 길에서 만나면 그래도 힘내라고 나름 응원의 말로 '아직은 알 수 없다'라고 격려의 말도 전한다. 얼마나 기울어진 운
집권 10년 세월을 누려온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그리고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새롭게 정하고 당 색깔마저 바꾸는 충격 요법을 사용했지만 바닥에 떨어진 위상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바닥을 기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위신은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더욱 추락하고 있다. 한 때 경남지역은 젓가락에 보수정당 옷만 입혀 놓으면 당선이 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보수정당의 위세가 대단했던 곳이지만 이젠 당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측은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을
수로왕이 왕이 된지 몇 달이 지난 어느 날이었어. 웬일로 아홉 마을 촌장이 모두 모여 수로왕을 찾아왔어. 그리고는 하는 말이.“폐하. 폐하께서도 곧 배필을 맞이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걱정이 되긴 됐나봐.응? 뭐가 걱정 되냐고? 그야 당연히 후계자지.왕이 죽고 나서 후계자가 없으면 망하는 거잖아. 뭐, 아무튼 본론으로 넘어가서 수로왕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어.“짐도 그렇게 생각하오. 사실 짐이 어제 꿈을 꾸었다오.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온갖 꽃으로 꾸민 배가 한 척 오고 있더이다. 그 배에는 아리따운 공주가 타고 있었는데
석법륜 스님 시인 김해 화엄사 주지 한맥문학 등단 하얀 백지 위에 천사가 춤을 춘다 그 길을 따라 이야기 천국은 이어지고 나는 오늘도 그 길을 걷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때로는 간절한 소망을 어떤 날은 서글픈 사연을 줍기도 한다 나뒹구는 낙엽을 줍듯 한 구절의 시어를... 이런 날 내 마음은 민들레 홀씨 되어 하늘을 난다 산은 높을수록 계곡도 깊다 강물도 수심이 깊을수록 물결은 잔잔하다 실패를 경험한 자 만이 성공의 기쁨도 제 맛을 안다 했던가? 연륜 탓인가? 그대는 아저씨요? 어르신이요? 왠지 느낌이 다르다 묻고 싶어진다 오늘 같은
깨달음을 이루던 날 밤에 부처님은 세상에 실재하는 요소들을 깊이 성찰함으로써 괴로움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했습니다. 부처님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들은 의미론적인 접근이었습니다. 무엇이 있기 때문에 갈애(渴愛)가 일어나는가? 무엇이 갈애의 조건이 되고 있는가? 그러나 부처님은 어떤 주어진 조건을 만들거나, 낳거나, 산출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정지으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것이라는 실체가 있을 때 무엇으로 부터 기인하였는가, 그리고 무엇이 어떤 실체의 조건이 되었나를 궁금해 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들에 이어지는 단언과
“방송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 추구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위 문구는 방송법 제6조 5항에 해당한다. 이 조항의 실현을 앞세워 16일(월) 출발한 MBC경남의 시사프로그램이 있다. 프로그램 이름부터 이다. 은 말할 수 있는 창구를 갖지 못했던 계층별, 세대별, 성별, 지역별 등 다양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다룰 예정이다. MBC경남이 파업을 끝내고 정상화되면서 새로운 출발의 성격을 가진 프로그램이자 KBS창원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과 선의의 경쟁
지난 4월 27일은 남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나는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남북정상회담 장면이 전국의 매스미디어들을 통해 하루 종일 보도됐다. 행여,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며 가슴 조이며 TV 앞에 모여든 국민들은 환하게 웃으며 김 위원장을 기다리는 문 대통령과 자신을 기다리는 문 대통령을 항해 발걸음을 재촉하던 김 위원장의 미소 띤 얼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양 정상이 만나 일궈낸 성과는 차치해 두고서라도 이날
스한 햇살과 기분 좋은 향기가 물씬 풍기는 봄소식에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인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봄날을 만끽하는 즐거운 일상 뒤로 부주의라는 불청객과 함께 생각지도 못한 화재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주택화재 통계를 분석해보면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가스레인지 사용, 전열기구 취급, 가연물 방치 부주의 등 대부분 방심에서 일어나고 있다. 화재에 취약한 생활용품 등이 다수인 주택은 모두가 잠든 밤에 생각지도 못한 인명피해를 초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순간, 에나의 눈꼬리가 반달처럼 곱게 접혔다.“아저씨. 아저씨는 나를 분명히 봤어요. 그쵸~ 네?”하인은 에나의 눈을 보는 순간 눈이 풀렸다. 멍한 상태라고 보는 게 맞았다. 세준이 당황스러워 에나와 하인을 번갈아보고 있을 때, 하인의 눈동자가 돌연 뚜렷해졌다.“아, 미안하다. 임금님을 모시는 하인. 에나와 세준이었지?”“네, 아저씨.”에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세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저희는 이만 갈게요. 심부름이 남아 있어서.”“아, 그러렴. 잘 가~”에나는 꾸벅 인사하고 세준의 손목을 잡고 갔다. 하인과 어느 정도 거리가 멀
석법륜 스님 시인 김해 화엄사 주지 한맥문학 등단 어느 해 추석날! 바닷가 갯바위에서 낚시를 했었다 남들은 고향 찾아 성묘 가는 날에 난 이런저런 이유로 혼자서 세월을 낚았다 내 곁을 찾아온 친구 물고기 부모, 형제, 친구 만나 보라고 고향 찾아가라고 방생했다 그러면서 난 한 잔의 곡차에 한숨을 안주삼았다 하늘을 봤다 오늘은 한 해의 마지막 날 그 물고기도 그립다 지금쯤 어느 바닷가 돌 틈에서 누구의 벗이 되어 놀고 있을까? 친구 물고기 보고 싶다 난 오늘! 그리움을 봤다
코피노라는 단어를 인터넷 검색을 하면 - 코피노(Kopino)는 한국인(Korean)과 필리핀인(Filipino)의 합성어로,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말한다. 코피노는 연수, 사업, 관광 등의 사유로 필리핀에 머무는 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동거나 성매매 등으로 인해 태어나는 경우가 많다. 코피노는 대부분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제아동성착취반대협회’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필리핀 내 코피노가 3만 명에 이른
불교는 보편적인 법칙을 주창함과 동시에 진리의 체득을 통한 깨달음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와는 달리 보편 법칙의 객관화를 추구 하는 과학은 주관적인 체득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과 부처님의 깨달음을 증득한 것과의 차이입니다. 이 점이 불교를 '앎의 종교'이자 '지혜의 종교'라고 하는 이유입니다. 다시 말해서 뉴턴은 만유인력이라는 법칙을 발견하기 이전부터 있어 왔던 불변의 진리를 발견하고는 단지 그 이름만 명명한 법칙의 발견자일 뿐입니다. 그러나 부
6·13 지방선거 경남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경수 의원과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놓고 각 언론사의 논조가 제각각이다. 언론사의 사설(社說)은 그 회사의 논조와 궤를 같이 한다. 사설은 팩트(fact), 즉 사실만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기사가 생성되는 곳의 분위기 등을 다방면으로 전달하는 박스 기사와도 차별화된다. 사설은 언론사 데스크가 작성하는 칼럼과도 격이 다르다. 데스크가 쓰는 칼럼은 글쓴이 개인의 주장이나 의견일 수 있지만 사설은 그 언론사를 지배하고 이끄는 생각 그 자체다. &
석법륜 스님 시인 김해 화엄사 주지 한맥문학 등단 푸르른 신록이 우거진 오월의 어느 날! 불어오는 바람에 아까시 향기가 가득 하얀 도화지 위에는 아파트 화단의 철쭉마저 화려하다 어느 해 그녀와 함께했던 빨강 앵두는 벌써 열매를 맺었고 잎새를 자랑하는 은행나무 잎은 울창한 숲을 이뤘다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머나먼 곳에는 한 장의 추억을 들추고 있다 오월의 어느 날! 춤추는 신록은 내 옛 추억을 더듬고 있다 추억의 미로에서
“여섯 알 중 유달리 큰 알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 알에서 이 아이가 나온 것 같습니다. 여섯 아이 중 이 아이게 제일 크니 으뜸이라는 뜻의 수로를 붙여 줍시다.”촌장들이 아도간 촌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하고 있을 때, 세준은 수로라는 이름을 듣고 뭔가를 곰곰이 고민하고 있었다.‘수로?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아!’뭔가를 깨달은 건지 세준이 낮게 탄식했다.-세준아 그래도 역사책을 조금이라도 읽어.-싫어. 내가 그걸 왜 읽어?-그래도 이 책 좀 읽어 봐. ‘가야의 왕, 김수로’라는 책인데&
"자신과 타인의 모습을 관찰하고 내가 어떤 경우에 화를 내는지를 알아차려라. 그러면 마음속의 화가 서서히 사라지리라." 이 말은 과거에 경험했던 한 정서적 사건을 털어 내지 못해서이거나, 또는 자신 안의 무의식에 항거하지 못해서 종종 트라우마에 끌려 다니며 고통 속에 빠져 살아가는 중생들을 향해 충고하는 법어(法語) 중 한 구절 입니다. 이 법어는 세상만사를 '있는 그대로 보면' 무의식 속의 응어리가 풀린다는 것입니다. 무의식의 응어리인 트라우마야 말로 가장 질긴 인연이며, 미래와 관련된 가장 두려운 인연으로 존재
국민학교 5학년 즈음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이른 아침, 가위와 풀을 찾았다. 선친께서 시키신 유일한 일이던 신문 스크랩(scrap)을 하기 위해서였다. 요즘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당시에는 스케치북 보다 조금 큰 스크랩북이라는 게 있었다. 얇은 플라스틱으로 된 검은색 표지와 누른색 종이가 묶인 스크랩북과 가위, 풀을 찾는 일은 지금 생각해도 아주 귀찮은 일이었다. 선친께서는 아침 배달되는 의 '만물상'을 스크랩하라고 했고, 며칠 만에 한 번씩 쥐어주시는 용돈의 달콤함을 알아버린 초딩은 매일 아침 스크랩북을 찾아
오랜시간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 전문가라는 단어를 빌려 살아왔다. 무언가를 할때 전문성을 가진다는 것은 참 쉬울 수 있지만, 그것을 인정받고 진짜 전문가가 되는 일만은 쉽지가 않다. 어린 시절 그림을 배웠을때 가장 처음 한 일이 스케치북에 4B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일이었다. 같은 방향으로 같은 굵기로 같은 진하기로 수많은 선을 긋고 나면 각도를 조금씩 틀어가면서 스케치북이 새까맣게 될때까지 선을 그었다. 덩달아 손바닥이 까맣게 변하고 그 손으로 얼굴등에 손을 대면 그 얼굴에도 연필가루가 묻어나 웃곤 했다. 끊이없는 선 긋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