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균 편집국장

  6·13 지방선거 경남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김경수 의원과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드루킹에 대한 경찰 수사를 놓고 각 언론사의 논조가 제각각이다.

 언론사의 사설(社說)은 그 회사의 논조와 궤를 같이 한다. 사설은 팩트(fact), 즉 사실만을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기사가 생성되는 곳의 분위기 등을 다방면으로 전달하는 박스 기사와도 차별화된다.

 사설은 언론사 데스크가 작성하는 칼럼과도 격이 다르다. 데스크가 쓰는 칼럼은 글쓴이 개인의 주장이나 의견일 수 있지만 사설은 그 언론사를 지배하고 이끄는 생각 그 자체다.
 
 '드루킹 수사, 제대로 못하면 5년 뒤 국정원 댓글 꼴 난다' <동아일보>, '드루킹 게이트, 진실 규명 특검 외에는 답이 없다' <중앙일보>, '드루킹과 돈거래까지 했다니' <국민일보> 등의 언론들은 김 의원과 드루킹의 연결고리를 의심하면서 특검 도입의 필요성을 주창한다.

 이외 신문사들도 사설을 통해 드루킹 댓글 의혹과 관련, 특검의 필요성을 밝히는 그들만의 논조를 밝힌다.

 하지만 이들은 드루킹과 관련된 의혹 수사를 위해 특검 도입이 필요하지만 국회 전체가 민생을 외면한 채 드루킹 특검의 도입 가부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한다.
 
 <서울신문>은 '여야, 드루킹 특검 도입하고 국회 정상화하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고, <일간 투데이>는 '드루킹 특검 맡기고 여야는 민생국회 매진하라'는 제목의 사설로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정상 가동해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급변하는 한반도의 안보상황 관리와 지원, 민생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회 정상 가동을 당부하는 이 언론은 김 의원과 드루킹 측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엉거주춤인 경찰의 태도를 꾸짖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모든 언론이 나서 드루킹 댓글 의혹을 특검으로 풀어야 한다고 주창하는 걸 보니 특검 도입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언론사들의 외침으로 특검이 도입돼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전 국민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드루킹과 김 의원의 연결고리를 특검으로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3일 자 <조선일보> 사설은 지방지 기자가 봐도 어설픈 구석이 있다. <조선일보>가 우측의 최전방에 서 있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사설 '보좌관 금품거래까지, 김 의원 거짓말 행진 끝이 없다'를 보면 김 의원을 의심하는 타 보수지와도 차별화돼 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김경수 의원의 보좌관 A씨가 드루킹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가 드루킹이 구속되자 그 돈을 돌려주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김 의원의 보좌관 A씨는 드루킹 김 씨가 아닌, 그가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한 회원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말이다. 보좌관 A씨에게 돈을 건넨 이가 드루킹이 아니라 경공모 회원인 것을 <조선일보>만 모르는 척 발뺌을 하고 있는 듯하다. 
   
 김 의원의 보좌관이 드루킹이 이끄는 모임의 회원에게 돈을 받은 것과 드루킹에게 직접 돈을 받은 것이 같은 일인가? 하지만 우리나라 최고 언론 <조선일보>는 애써 드루킹과 김 의원 보좌관을 직접 연결하고 싶어 한다. 아니 돈을 받은 이도 보좌관이 아니라 김 의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 싶다.  
 
 오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앞에서도 언급했던 것과 같이 사설은 그 언론사의 논조다. 사설을 기록하며 오타를 운운하는 것은 본지와 같이 소수의 기자로 운영되는 시골의 언론사가 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한 주를 시작하며 읽은 <조선일보>의 사설이 인터넷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댓글보다 더 싼 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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