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칠산 묘법연화사 주지 법지

불기 2562년(서기 2018년) 1월 24일(음력 12월 8일)은 성도재일입니다. 이 날은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신 날로 불교인에게는 매우 뜻 깊은 날이며 부처님 탄생한 날과 함께 큰 명절에 속합니다. 

이 날을 기념하여 일반 사찰에서는 불자들이 발심하여 정진하는 철야 법회를 봉행합니다. 그리고 깨달음을 위한 가르침을 본받으려는 우리 불자에겐 오히려 부처님 오신날 보다 더욱 뜻 깊은 날이 되기도 합니다.


 불가에서 명절을 꼽으라고 하면 부처님 오신날(음력 4월 8일)을 비롯해서 성도절(음력 12월 8일), 출가절(음력 2월 8일), 열반절(음력 2월 15일)을 들게 됩니다. 이들 네 가지 불교명절은 각기 깊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불교의 종교화 관점에 따라 그 이해가 달라집니다.   


 먼저 석가모니의 탄생 그 자체에 가장 큰 종교적인 의미를 두게 되면, 부처님 오신날을 불교 명절의 맨 앞단에 두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불교는 탄생을 통한 불교의 종교화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 오신날을 가장 큰 불교의 명절로 기리고 있으며, 관욕의식 등을 통해서 그 의미를 보편화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깨달음을 중심으로 하는 이해입니다. 이는 깨달음을 통해서 인간 고타마가 비로소 부처님이 되었다는 관점으로부터 비롯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매년 음력 12월 8일을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하신 날로써 그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성도절이라고 일컫습니다.
 

 이를 기리고자,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이 성도 전에 수자타에게 우유죽을 받으신 것을 상징하는 납팔죽(臘八粥)을 쑤어 먹으며, 부처님께서 행하신 수행을 본받아 부처님처럼 생사의 고해에서 벗어나 열반을 얻어 일체중생을 교화하고 불국정토를 이루겠다는 서원을 세우며 철야정진이나 기념법회를 가집니다.

 그러나 테라와다에서의 성도절은 우리와는 달리 음력 4월 보름입니다. 테라와다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소승불교,  초기불교, 원시불교라고 부르는 동남아시아의 남방불교를 말합니다. 그들은 웨삭데이라 하여 음력 4월 보름이 부처님이 태어난 날이자 동시에 성도한 날이고 또한 열반에 든 날로 통칭하고 있습니다. 같은 달과 같은 날인데 각각 년도만 달리하여 태어나고 깨닫고 열반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사월 만월일(15일)에 세 가지 행사를 한꺼번에 치룹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대승불교에서는 사정이 많이 달라집니다. 부처님 탄생일과 성도일 그리고 열반일이 모두 다릅니다. 탄생일은 사월 초파일이고, 성도절은 12월 초파일, 그리고 열반절은 2월 15일입니다. 여기에 출가한 날, 2월 초파일을 추가하여 불교의 4대 명절로 꼽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의 명절이 판이하게 달라진 까닭에는 소승불교의 목표는 열반을 위한 아라한이 목표이지만, 우리 대승불교의 목표는 깨달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지금 우리 불교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는 쟁점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열반을 중심 관점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는 고타마가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은 것은 유여열반으로써 육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한 열반인 무여열반에 들게 된다는 관점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처님이 열반일에 무여열반에 들어 드디어 완전한 해탈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방법에 근거해서 실제로 오늘날 사용하고 있는 2562년이라는 불기(佛紀)는 부처님의 열반 시기를 시점으로 기준한 것입니다. 이는 서방 종교나 유교에서 예수와 공자의 탄생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는 불교적인 특징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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