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희한하다. 어쩌면 손오공처럼 분신술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사람은 한 사람일텐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 그런 불가사의한 능력자가 바로 김해시 기관장들이다.

특히, 김해시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바늘이 가는 곳에 실이 따라가듯 김해시장이 가는 곳마다 거의 같이 등장하는 김해시의회의장은 김해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거의 빠지지 않고 나타나 귀빈석을 차지하고 앉았다가 축사를 늘어놓는다.

11월에만 해도 ‘제33회 김해 진영단감축제’(3일), ‘산사음학회’(4일), ‘나눔축제&카부츠’(4일), 나라사랑 걷기대회(11일) 등 대충 적어 봐도 11월 중순도 되기 전에 벌써 네 군데가 넘는다. 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가 번잡하다. 10월에도 중순 넘어서 개최된 행사로 ‘평생학습과학축제’(21일), ‘김해 마을기업박람회’(27일), ‘김해 분청도자기축제(27일)’ ‘2017 김해시 복지박람회’(27일) 등 역시 대충 손을 꼽아도 네 군데다. 물론 이외에도 많다.

더구나 10월의 ‘김해 마을기업박람회’(27일), ‘김해 분청도자기축제(27일)’ ‘2017 김해시 복지박람회’(27일)와 11월의 ‘산사음학회’(4일), ‘나눔축제&카부츠’(4일), 행사가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각각 다른 행사가 열려도 어김없이 나타나 축사를 읊는다.

정말 만화나 영화 속의 장면처럼 “도와줘요 히어로~!”하고 외치면 어디선가 무조건 나타나는 주인공 같다.

이러한 기관장들의 행보를 보면 이것이 과연 진정 김해시민들을 위한 봉사이며 활동인가 하는 의문이 간다. 고금을 살펴봐도 위정자는 낮에는 촌분을 아껴가며 행정을 펼치고 밤에는 노심초사 백성들을 살피며 보호하기 위해 고민하고 걱정하느라 밤을 하얗게 지새운다고 했다.

어디에도 위정자가 축제판이나 행사판에 끼어들어 인사말이나 날리고 하릴없이 시간만 없애고 다녔다는 말은 없다. 혹시 시정을 잘 운영하였기에 시민들이 감사의 마음으로 열어주는 잔치판이라면 모를까 절대 아니다.

게다가 행사나 축제의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비중이 무겁거나 가볍거나 따지지도 않고 그저 참석해주십사 하는 요청만 들어오면 무조건 등장해 주는 것 역시 과연 시민들의 곁에 친근하게 다가가는 위정자의 모습이라고 주장할 수 없다.

차라리 그러한 시간에 시와 시민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문제를 해결하느라 참석을 못하는 것이 참된 위정자의 모습이다. 그리고 만약 정말 좋은 행사장에 참석했다면 먼저 이곳에 장애인들도 쉽게 올수가 있겠는지 살펴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또 이러한 곳에 오지 못하는 불우한 청소년이나 독거노인은 없는지를 살펴보고 만약 있으면 해결방법을 생각하고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저 시민들 앞에 이름 석자가 불러지고 얼굴 한 번 내민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시민들을 위한 행보가 절대 아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집무실에서 관계 공무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고민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개최하는 행사인데, 우리가 가는 행사인데 어찌 기관장들이 얼굴을 내밀지 않는가 하고 분노하며 역정을 내면 안 된다.

그리고 반드시 기관장들의 축사나 인사말이 있어야만 그 행사가 빛나고 훌륭해지는 것도 아니다. 내실 있게 충실하게 진행하는 행사가 좋은 행사다. 그러므로 앞으로 행사나 축제를 기획할 때에 기관장 인사말은 사회자가 대독하는 것으로 대체하자.

그리고 인사말도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개최를 축하합니다. 내년에도 계속 축하드립니다.” 하고 끝내자. 그러면 괜히 이번에는 어떻게 축사를 써야하나 하고 고민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