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김원섭

“하느님이 처음 여자를 창조할 때 남자의 머리로 여자를 만들지 않은 것은 여자가 남자를 지배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남자의 발로 여자를 만들지 않은 것은 남자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하나님은 여자를 남자의 갈비뼈로 만듦으로써 여자가 늘 남자 가까이에 있게 했다. 어찌댔든 남성에게 여성은 영원한 수수께끼다.” 탈무드에 나오는 글귀다. 

‘구약성서’에 아담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 만들어졌다고 씌어 있다는 인류 최초의 여성, 임신·출산·육아의 신비로운 기능을 가지고 있어 풍년을 기원하는 제천의식의 집행자로 그 사회의 존경을 받는 대상이기도 하였다.

원시종교상의 신이나 고대민족종교상의 최고신이던 산신이나 호국신은 거의 모두 여성이었는데, 특히 대지를 풍요롭게 하는 지모신(地母神)이었다. 신라의 제2대 남해왕도 그의 친누이 아로(阿老)로 하여금 시조묘를 주제(主祭)하게 하였다. 

인류문명사상 획기적인 혁명이 되는 농경·목축의 생산 및 관리방법의 도입은 아마도 채집에 종사하던 여성에 의하여 시작되었을 것이며, 신석기시대의 중요한 생활혁명으로서 토기제작과 직포기술의 등장도 주로 여성의 공적이라고 추정되고 있다. 인류사회의 기원이며 잉태해온 여성의 모체은 바로 생리(월경)이다. 월경이 없으면 종족 보존도 없었다.

그러나 원시시대 일부 족에서는 생리중 나온 피가 씨앗을 마리고 쇠를 녹슬게 만든다고 믿어 생리가 시작되는 여성을 오두막에 가두었다고 한다. 또한 중세시대까지는 생리가 이브의 원죄라고 믿었으며, 불룩한 싱리대와 월경냄새를 감추기 위해 여성들은 폭이 넓고 두꺼운 페티코트를 껴입고 겹겹의 속옷을 입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옛날 여성들은 기저귀처럼 광목으로 만든 생리대를 사용했다. 사용한 천은 삶거나 빨아서 다시 사용했지만 빨고 널기가 힘들어 남들이 보지 않는 저녁에 발아 안에서 말렸다고 한다.

여성들에게 이렇게 불편한 생리현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온 계기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부상병의 치료에 사용되는 면 소재의 붕대의 대용으로 킴벌리 클라크가 셀루코튼을 소재로하여 일회용 면 대용품을 개발했는데 전쟁 중 야전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생리대로 활용한 것이 시초이다. 제1차 세계대전 후 킴벌리 클라크는 1920년 세계 최초의 일회용 생리대 코텍스를 출시하였다.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출시된 일회용 생리대는 1971년 유한킴벌리가 출시한 코텍스이다. 대한민국에서는 1995년까지 텔레비전에서 생리대를 광고하는 것을 금지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에 이어 생리대 부작용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에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가 확산하고 있다.

릴리안의 생리대 부작용 논란 파문이 일파만파다. 피해자 집단소송 준비모임엔 8000명 넘는 이들이 가입했다. 제조사인 깨끗한나라가 28일부터 환불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제품을 매대에서 빼냈지만, 이 정도로 가라앉을 문제가 아니다. 불안감은 다른 제조사 생리대나 기저귀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 조사 당시 이 브랜드의 두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가장 많이 나온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불거졌다. 24일 여성환경연대가 제보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선 생리량과 생리기간 감소 현상이 85.8%, 70.7%로 두드러졌다.

인터넷에서는 릴리안 생리대를 쓰고 나서 ‘유산했다’, ‘생리불순이 생겼다’, ‘생리통이 심해졌다’ 같은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치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신속하고 투명한 범정부적 대처만이 국민 불안을 더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며 자질논란으로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내에서도 사퇴를 촉구, 청와대로부터 경고까지 받은 류영진 식약처장은 물러날 수 밖에 없다. 가득이나 결혼을 안해 인구감소로 치닫은 사회에서 여성들의 케미포비아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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