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남명문학상 시 출품작

김 종 화
김 종 화

배롱나무


아버지는 마당가에 나무 한그루를 심으셨다
언제부턴가 여름이면
마당가득 진분홍색의 꽃이 피었다

아버지는 이 나무를 백일동안 꽃이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부르셨고
어머니는 꽃이 세 번 피면 쌀밥을 먹는다고 해서 쌀밥나무라고 부르셨고
나는 자지러지게 간지럼을 잘 타는 이 나무를 간지럼나무라고 불렀다

이제 아버지도 어머니도 계시지 않는 고향집에는
배롱나무만 혼자 남아
그동안 잘 살았냐고 안부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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