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남명문학상 시 출품작

공영란
공영란

붉게 하늘 물들이며 웃던 노을도 기울어 잠든 밤
비바람에 이끌린 촉수로 물보라를 깨우는 바다의
욕심 많고 음흉한 웃음 말아 틀고 혀를 날름거리는
요사한 파도가 신의 잔으로 몇 순배 돈 후 취기로
손아귀에 쥐고 흔들며 볼기 후려치듯 그악스럽지만
주저앉은 단단한 바위들은 저항 없이 고요하다

악착같았던 젊음이 바위마다 서려 있었건만 이젠
덕지덕지 석화껍질 달라붙은 덥수룩한 물이끼 껴입고
말없이 눌러앉아 기꺼워하며 지난 세월만 더듬다
파도가 흔드는 솟구치는 물보라에 숨겨진 욕망
하나둘 내어주고 허공을 나는 갈매기 울음소리와
뱃고동 등댓불 찬란한 빛으로 전하는 그리운 사랑 

무너질 인연의 끝을 돌아서게 하던 애원으로
길 막아섰던 가물거림 허공을 가르던 그 얼굴엔
아직도 지난 세월 숨겨진 욕망이 꿈틀 거린다
모든 사물 발라먹은 어둠이 등댓불에 깨어나면 
바위마다 향수에 젖게 하던 바다의 도리깨질
수평선 넘어 그 섬에도 저 파도가 일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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