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덕은
박덕은

그날 이후로, 마을에선 까치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어요."까치들은 길조예요, 맞아요, 길조!"
영자 아빠가 두툼한 입술로 전하는 까치 예찬이 농부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 놓았어요.
농부들은 까치들을 위해 커다란 그릇을 하나 마련해 주기로 했어요.
온갖 곡식들이 가득 들어 있는 먹이 그릇.
보리, 수수, 귀리, 밀쌀, 콩, 녹두, 팥, 들깨 등등...
어때요, 맛있겠죠?
 
8.하루는 까마귀 부부가 까마귀 새끼 5마리를 데리고 곡식 그릇 가까이 다가왔어요.
긴장한 까치들이 깃털을 꼿꼿이 세운 채 경계 태세에 들어갔어요.
그때 루루 공주가 먼저 그들에게로 두 발로 쫑쫑쫑 뛰어 다가갔어요.
모두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지요.
까마귀 새끼들에게 다가간 루루 공주가 명랑한 소리로 인사를 건넸어요.
"안녕, 까마귀!"
"안~안녕!"
까마귀 새끼들은 까마귀 부부 곁으로 주춤주춤 물러서며 대꾸했어요.
"난 루루야. 네 이름은 뭐니?"
"뽀르."
"우와, 이쁜 이름이구나. 우리 친하게 지내자."
루루 공주의 말에 까마귀 새끼 '뽀르'는 고개를 어색하게 까닥거렸어요.
이때 루루 공주가 소리쳤어요.
"여러분, 까마귀랑 까치랑 함께 먹이를 즐기는 게 어때요?"
이를 지켜보고 있던 까치 왕비 '꼼마'가 빙그레 웃자, 까치들이 한 목소리로 외쳤어요.
"좋아, 좋아."
그날, 까마귀 가족은 먹이 그릇에서 맘껏 곡식을 주워 먹고 돌아가며 여러 번 감사의 인사를 했어요.
둥지로 돌아가기 전, 까마귀 새끼 '뽀르'가 루루 공주에게 살며시 다가오더니, 속삭이듯 말했어요.
"루루야, 우리 친구하자."
그러자, 루루 공주가 날개를 곱게 파닥이며 말했어요.
"좋아, 좋아, 루루와 뽀르는 친구, 좋아, 좋아!"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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