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남명문학상 소설우수 수상

박덕은
박덕은

 

6.
어느 날, 귀염둥이 까치 '루루'는 까치 왕 '또또'와 까치 왕비 '꼼마'와 함께 밭둑을 산책하다가, 농부들에게 무참히 내쫓기고 있는 까치들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이때 루루가 말했어요.
"왕비 마마, 농부들과 사이좋게 살아가고 싶지 않으세요?"
까치 왕비가 뒤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느냐?"
그러자, 루루는 아주 빨리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루루의 말에 까치 왕과 까치 왕비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오호!"
"으흠!"
감탄사를 연발하는 까치 왕과 까치 왕비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났어요.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까치 왕 '또또'는 까치 특공대를 급히 소집했습니다.
까치 특공대는 소나무 가지 위에 가지런히 앉아 까치 왕의 지시를 귀담아 들었어요.
까치 특공대가 돌아간 뒤에, 까치 왕 '또또'는 이번에는 각 지역의 까치 반장들을 불러들였어요.
그리고는 아주 자세히 작전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게 모두 루루 공주의 재잘거림 속에서 얻은 아이디어들이었지요.

 
7.

드디어 작전 개시의 날이 왔어요.
보름달이 뜬 날 밤, 까치 왕 '또또'와 까치 왕비 '꼼마'와 루루 공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까치 특공대가 밭둑 중앙에 서 있는 은행나무 가지 위로 촘촘하게 앉았어요.
그리고, 밭가의 미루나무에는 각 지역의 반장들이 이끄는 까치 무리들이 숨죽이며 앉아 있었구요.
밤만 되면, 고구마 밭에 출현하는 멧돼지 떼를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밭 주인인 농부 영자 아빠도 공기총을 들고 밭둑에 엎드려 있었구요.
자정이 되자, 어디선가 꿀꿀 소리가 들려왔어요.
그러더니, 억새밭 속에서 멧돼지 어미 한 마리가 경계하듯 슬금슬금 기어나오더니, 고구마 밭 한가운데로 끄덕끄덕 들어갔어요.
멧돼지 어미는 발름거리는 코를 밭고랑에 쳐박더니, 콧등으로 고구마 이랑을 마구 들추기 시작했어요.
그때였어요.
억새밭에서 새끼 멧돼지 예닐곱 마리가 튀어나와, 고구마 밭으로 뛰어들더니, 어미 멧돼지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했어요.
영자 아빠는 총을 어미 멧돼지 쪽으로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였어요.
까치 왕 '또또'의 신호가 번개처럼 떨어졌어요.
"칙칙칙, 치이칙칙."
그 순간 까치 특공대가 먼저 은행나무에서 날아오르더니, 고구마 밭으로 내리꽂히듯 쏜살같이 내려가 멧돼지들을 부리로 마구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까치 특공대가 다시 하늘로 치솟는 동안, 이번에는 미루나무에 앉아 있는 각 지역 반장들이 이끄는 까치들이 날아올라, 2차 공격을 가했어요.
이처럼 20여 분 동안 번갈아 공격하는 바람에, 멧돼지들은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고구마 밭에서 나와 억새밭으로 도망쳐 버렸어요.
이 놀라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영자 아빠는 입을 떡 벌린 채 연신 감탄의 말을 쏟아 놓았어요.
"우와, 멋지다! 고맙다, 까치들아! 정말 고마워."
"이 은혜를 잊지 않으마."

-다음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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