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남명문학상 소설우수 수상작품

박덕은
박덕은

5.
불행인지 다행인지, 까마귀 부부의 둥지에서도 새끼 까마귀들이 부화하게 되었어요.
그것도 다섯 마리나 한꺼번에.
까치 특공대는 수시로 까마귀들을 괴롭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까치 둥지는 그 어떤 요새보다 견고하고 튼실했으니까요.
"오조(烏鳥)는 물러 가라."
"'오아(烏鴉)'는 철수하라."
"'악마의 새'는 사라져라."
까치들이 우르르 몰려가 연일 소리쳐대도 까마귀 부부는 모르는 척했어요.
오히려 몸길이가 무려 50cm, 날개 길이가 35cm나 되는 몸뚱이를 으스대며 까치들을 위협했어요.
뿐만 아니라, 높은 나뭇가지 위에 마른가지들을 모아 지름이 30cm가 넘는 커다란 둥지에 암컷 까마귀가 알을 품고 있는 동안, 수컷 까마귀가 먹이를 부지런히 날라다 아기 까마귀들에게 먹이는 그 정성스런 모습, 한 배에 5개나 알을 낳아 기르는 저 배짱 두둑한 까마귀 부부에 대한 까치들의 부러움이 은근히 깃털 사이로 너울너울 날아다녔어요.
또 어떤 학자 까치는 체념하듯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까마귀는 부화한 지 한 달이 지나면 둥지를 떠나는 새이니까, 가만 내버려 두어도 이 동산을 훌렁덩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아등바등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자, 다른 학자 까치는 이에 대한 반박글을 내놓았어요.
"어린 까마귀들은 둥지를 떠난 뒤에도 어미 까마귀와 함께 지내는 습성이 있어요. 게다가, 들쥐, 파리, 벌, 딱정벌레, 갑각류, 다른 새의 알, 새끼, 곡류, 열매를 먹는 잡식성의 새가 바로 까마귀입니다. 우리 먹을거리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겁니다. 번식기에는 주로 동물성 먹이만 먹는 새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까마귀는 번식기에 둥지를 틀고, 그 둥지를 다시 수리하여 사용하는 새란 말입니다. 번식이 끝나면 제각기 휴식처와 텃세권을 정하고 아침 저녁으로 오가는 새가 바로 까마귀란 말입니다. 그러니, 할 수만 있다면, 힘을 모아서 우리는 까마귀를 이 동산에서 멀리 멀리 , 아니 영영 내쫓아 버려야 합니다."
하루는 수컷 까마귀가 둥지 위에서 우렁 우렁 외쳐댔어요.
"까아깍, 까아깍, 우리 까마귀 조상들은 '지혜와 기억'을 상징하는 새로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온 새입니다. 저 시베리아 북서 태평양 연안 인디언들은 창세신이 변한 모습이라 하여 우리 까마귀들을 창세 신화의 주역으로 삼고 섬기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 까마귀들은 추방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닙니까, 여러분."
워낙 수컷 까마귀의 목소리가 우렁차고 당당해서, 그날 까마귀 둥지 가까이 다가갔던 까치들은 슬금슬금 철수하고 말았지요.
하지만, 다음 날 까치 왕 '또또'는 까마귀 둥지 앞에 있는 팽나무 가지 제일 높은 곳에 앉아 반박 성명을 이렇게 발표했습니다.
"까마귀들은 들으라. 우리들 까치는, 오래 전부터 '희작(喜鵲)', '신녀(神女)'이라 불리우기도 했느니라. 우리 까치들은 암수가 같은 빛깔이라는 점이 다른 새와는 확연히 다르지. 다른 새들을 보라, 보통 암컷에 비해 수컷 깃털의 색깔이 화려한 편이지 않나? 수컷의 깃털 색깔이 화려할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있을 테니까. 하지만 우리 까치들은 달라, 평등 그 자체이지. 안 그래? 이래도 우리 까치들을 얕보겠는가? 으흠."

다음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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