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남명문학상 소설우수 수상작품

박덕은
박덕은

3.
게다가 까마귀 부부의 등장으로 까치 왕국은 조용할 날이 없게 되었지요.
까마귀 부부는 꼬꾸 동산을 점점 긴장의 도가니로 휘몰아갔어요.
어느 날 불청객으로 찾아온 덩치 큰 까마귀 두 마리.
이들에 대한 불쾌한 소식들이 연일 꼬꾸 동산 구석구석에 쏟아지기 시작했지요.
'까치 왕과 까치 왕비가 작년에 지어놓은 둥지로 까마귀 부부가 들어가 보금자리를 틀었다네!'
이보다 더 기분 나쁜 소식이 어디 있겠어요?
이 버르장머리 없는 까마귀 부부를 몰아내려 까치 특공대가 총동원 되었지요.
하지만 만만치 않았어요.
까마귀 부부는 아주 완강하게 버티어냈어요.
오히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 긴 날개로 까치 특공대를 공격하기까지 했어요.
상대를 알아야 적을 물리칠 수 있다면서, 시간만 나면 여기저기서 까마귀에 대한 정보들을 캤어요.
하루는 학자 까치가 찾아와 이렇게 발표하기도 했지요.
'예언의 아버지라는 유언비어를 흩뿌리고 다니는 바로 그 새임에 틀림없다."
하루는 까치 왕 '또또'가 까치 특공대에게 이렇게 명령했습니다.
'오른쪽으로 날면 길조, 왼쪽으로 날면 흉조'라고 불리우는 새이기 때문에, 우리 까치 특공대는 까마귀가 왼쪽으로 날도록 공격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까마귀를 흉조라고 여기도록 해야 한다."
까치 왕의 명령이 떨어진 직후부터, 까치 특공대뿐만 아니라 수많은 까치들이 조를 편성하여 까마귀 부부를 지속적으로 거칠게 공격했습니다.
심지어는 해가 떨어지는 석양 무렵과 어스름녘까지도 공격을 가했습니다.

4.
농부들과의 신경전, 까마귀 부부와의 둥지 쟁탈전 등으로, 꼬꾸 동산은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었습니다.
바로 이 즈음, 까치 새끼 '루루'가 태어난 거지요.
'루루'가 태어난 날, 꼬꾸 동산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잠시 혼란스러움도 잊은 듯 꼬꾸 동산은 연일 파티가 벌어졌어요.
'루루'의 탄생은 모든 까치들의 위로가 되기에 충분했어요.
왜냐하면, 거의 대부분의 까치 둥지가 농부들의 쇠스랑, 장대, 갈쿠리 등에 의해 부서지고 훼손되고 없어졌기 때문에, 한동안 까치들은 둥지에 알을 품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런 악조건 속에서, '루루'가 태어났으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까치 왕 '또또'와 까치 왕비 '꼼마'는 몹시 기쁜 나머지 '루루'를 양녀로 삼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공주라는 칭호까지 선물로 내려 주었습니다.
'루루 공주!'
루루 공주를 보러, 또는 축하하러 사방에서 까치들이 찾아왔습니다.
산 너머 꼬랑 마을에서도, 계곡에 있는 놀리 마을에서도 놀러왔어요.
곤충, 쥐, 나무열매, 곡물, 감자, 고구마 등을 선물로 가져와 둥지에 놓고 갔어요.
한동안 꼬꾸 동산은 손님 까치들로 가득차 흥겨운 나날이 이어졌어요.
루루 공주는 방글방글 웃으며 동산의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까치왕비 '꼼마'는 날마다 둥지에 들러 노래를 불러 주었답니다.
"18일 간이나 품어 준 어미새의 사랑, 24일쯤 자라면 하늘을 날은다네, 우리 아가, 이쁜 아가, 루루 공주, 우리 아가."
꼼마는 왕비가 되기 전에, 까치 왕국의 인기 많은 가수였지요.
"루루는 우리의 행복, 루루는 까치 왕국의 사랑, 루루는 행운의 상징, 우리 아가, 이쁜 아가 루루 공주, 우리 아가."
루루가 다 자라 둥지를 떠난 뒤에는, 왕비 '꼼마'는 아예 공주를 옆에 끼고 어디든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떤 때는 까치 왕 '또또'와 까치 왕비 '꼼마'는 서로 먼저 루루 공주와 동행하겠다고 다툴 정도였습니다.

다음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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