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남명문학상 소설우수 수상작품

박덕은
박덕은

1.
"이건 너무한 거 아냐?"
농부들의 집요한 방해로 지난 몇 달 동안 까치들의 둥지는 여기저기 심하게 훼손되곤 했습니다.
"이러다 까치 둥지가 동산에 하나도 남아나는 게 없겠구먼."
마을 뒤 '꼬꾸 동산'의 은행나무 위에도 미루나무 위에도 팽나무 위에도 소나무 위에도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까치 왕국에서는 날마다 회의가 열렸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원래 까치와 농부와는 사이가 그런 대로 좋은 편이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농부들은 아침에 까치들이 울면, 좋은 소식이나 반가운 손님이 오는 날이라면서 기뻐하고 행복해 했었지요.
그에 대한 보답으로, 우리 까치들은 견우직녀의 만남을 돕고자 하늘에 몸을 서로 이어 까치 머리로 오작교를 놓아 준 적도 있었구요.
이 전설이 오래도록 우리 까치들이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도록 밑거름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지요.
사람들과 우리 까치들이 친하게 지내게 된 사연들은 또 있지요.
옛날 옛날 아주 오랜 옛날, 아진포에서 까치 소리를 듣고 배에 실려온 궤를 열어 보니 잘생긴 사내아기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탈해왕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왔지요.
그 전설 덕택에, 우리 까치는 사람들에게 아주 귀한 인물, 손님의 출현을 알리는 새가 되었지요.
이후 사람들은 설날 새벽에 가장 먼지 까치 소리를 들으면 그해 운수대통하게 된다며 아주 좋아했답니다.
한번은 절을 지으려고 스님이 북령을 올라갔다가 까치가 땅을 쪼고 있는 것을 보고 그곳을 파보았다더군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곳에서 해묵은 벽돌이 나왔던 것이지요.
이 벽돌들을 모아 절을 세웠는데, 그게 저 뒷동산 위에 있는 지금의 '작갑사'랍니다.
성실한 사람을 돕는 선행자의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 까치, 어때요?
자랑스럽지 않나요?
물론 유난히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은 '아침 까치 같다'라고 하기도 하지만, 허풍을 잘 떨고 쉰소리 잘하는 사람을 '까치 뱃바닥 같다'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하는 등 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있긴 하지만요.
 
2.
이처럼 사람들과 까치와의 친한 사이가 지금처럼 쩌억 벌어지게 된 것은 요근래 발생한 아주 사소한 사건 때문이었지요.
몇몇 까치들의 장난끼, 바로 이게 문제의 발단이 되었어요.
'미뚜'라는 까치는 워낙 장난끼가 심해서 까치 왕국에서 꽤나 유명한 말썽꾸러기이지요.
다른 까치들은 먹거리를 위해 하루를 보낸다면, '미뚜'는 장난질을 위해 하루를 보낸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미뚜는 자기를 따르는 건달 까치들과 함께 콩밭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곤 했답니다.
싹이 나기 전에 콩밭을 파서 콩을 찾아먹는 재미가 쏠쏠하지요.
미뚜 일행은 콩싹이 이미 난 것들도 부리와 발톱으로 뽑아 버리거나 내동이쳐 버린다는 것이 문제의 발단이 되고 만 것이지요.
화가 난 농부들은 그때부터 까치들과의 전쟁을 선포했어요.
화약을 팡팡 터뜨린다든가, 공기총을 쏘아 쫓아낸다든가, 나무 위의 까치 둥지들을 모조리 거둬낸다든가...
그렇게 사이좋은 까치들과 농부들의 사이가 엉망으로 되어 버렸어요.
물론 까치 왕국은 미뚜 일행에 대한 엄한 벌칙을 내렸지요.
까치 왕 '또또'는 이렇게 명령했어요.
"미뚜와 미뚜 일행은 앞으로 한 달 간 밭에서 130미터 떨어져 놀아야 된다."
그런데도 농부들의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어요.

다음호에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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