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남명문학상 소설 우수상 수상작품

이 산
이 산

8
 
  그러면 해설사님, 남명 선생님의 교육철학이랄까? 교육사상이 있다면 좀 듣고 싶습니다.
  역시 교사라 하시더니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군요. 남명 선생의 교육방법은 많이 있습니다만, 교사시니까 근대에 남명의 교육사상을 연구한 학자들의 이야기부터 해야 하겠습니다.
  해방 후에 남명 선생의 교육에 대한 발굴과 연구의 출발은 1947년 이만규의 ≪조선교육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만규는 “남명의 교육 이념은 교육상 가치로는 퇴계 보다 진정한 것이며, 유학 방면으로는 퇴계 보다 공자학의 바른 길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지적하면서 남명 선생의 철학과 교육사상을 다루었습니다. 그는 남명의 교육사상과 관련하여 “일상생활의 평이한 실천으로부터 공을 쌓아 성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교육목적으로 삼았지요. 그리고 교수 방법으로는 첫째,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해명하고 스스로 깨닫기를 힘쓰게 하고 설명과 해석의 주입식을 반대하였으며, 둘째, 스스로 모범을 보여 학생을 감흥하게 하였고, 셋째, 개인의 재질대로 한껏 가르쳤으며, 넷째, 질문의 답을 자유롭게 전달하게 하였고, 다섯째, 잘못을 교정하는 데에 성심과 간결한 말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남명의 구학방법으로는 첫째, 존경과 성실을 학문수업의 기본으로 삼고 이를 실천함으로써 경(敬)과 성(誠)을 지향하고, 둘째, 명선과 택선으로써 치지격물을 이루고 성신·고집·약례·성의·역행으로 극기복례를 지향함으로써 마침내 박문약례(博文約禮)를 실현하며, 셋째, 박문을 실천하고 약례를 직접 행하였다.”라고 갈파 하였지요.
  다음은 남명교육사상의 핵심적 내용을 말하자면은, 첫째는 학습자 중심교육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남명은 제자들을 교육할 때, 학습자의 능력을 계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배우는 사람의 개인차를 중요하게 고려하였다는 것입니다. 남명은 학습자의 개인차를 인정하여 학습자의 자질 파악과 그 자질에 따른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지향하였지요. 제자인 오건(吳健)과 정인홍(鄭仁弘), 김우옹(金宇顒)의 경우, 각자의 성품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강조점을 따로 전하였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직관 중심의 교육을 펼쳤다고 합니다. 남명은 시각자료를 활용하는 직관교육을 실시하였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명사도」라는 그림과 설명을 통한 교육과 「신명사명」 등을 이용하여  성리학 지식을 담아내고, 이를 교육에 활용한 것은 당시 어문교육과는 다른 것으로서 시각적 효과를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남명 선생은 일상생활과 가까운 사물과 인간관계에서부터 처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을 교육의 종지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합자연 중심교육을 들 수 있는데, 당시 유행했던 과거 중심의 경전에 대한 주입식 방법을 지향하고 학습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본성의 회복에 강조점을 두었다는 점에서 합자연(合自然) 중심교육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네 번째는 실천 중심의 교육입니다. 실생활에서 실득을 강조하는 남명의 사상은 학문, 정치, 교육 등에 널리 펼쳐져 있었습니다. 일상의 평이한 실천으로부터 공을 쌓아 성인의 경지에 도달하는 하학상달(下學上達)을 제자들에게 가르쳤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명문 중심 교육방법으로서 “명(銘)이란 자신의 공부와 삶에 교훈이 될 만한 구절을 글씨로 쓰거나 사물에 새겨서 가까이 두고, 그 내용을 항상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환기 시키는 방법으로써, 「패검명」을 새겨서 허리에 차고 다녔던 사실이 지금까지도 경의(敬義)에 대한 가치를 인상 깊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점에서 명은 공부의 효과를 지속시키거나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공부에 대한 것을 접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효과와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남명 선생의 교육사상을 살펴보았는데, 우리 류 선생께서는 도움이 될 만하십니까? 
  아, 예! 역시 남명 선생님의 후손다우십니다. 어쩌면 그렇게 일목요연하게 알아듣기 쉽게 말씀을 해 주시던지, 눈 속의 꺼풀이 한 겹 벗겨지는 듯한 명쾌한 말씀이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의문점이 생기면 연락드릴 수 있도록 명함이나 한 장 주시지요.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칠순의 남명 선생의 후손은 약간 피곤한듯하였으나 행동과 음성에 힘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류인태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서 쾌가 솟아나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도 자신감 같은 게 생겨나면서 류인태는 지리산을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학교폭력에서 피해자인 약한 학생도 보호하고 구제하여야 하겠으나, 가해자인 학생들을 남명 선생의 교육방법을 도입하여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것과, 교육을 통해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시켜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교사는 학생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구나! 교사는 오히려 문제학생에 대하여 더 많이 연구하고, 세심하게 파악하여 각자의 자질에 알맞게 민주시민으로 길러 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선험적으로 부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던 것이었다. 류인태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나는 교사이니까! 미숙한 학생들이 있는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가서 교사로서의 존재감을 학생들을 위해서, 길을 잃은 한 마리의 양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선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오랜만에 환한 미소가 번져 오르고 있었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