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진 프로필아호: 서랑(瑞瑯) 시인, 수필가
권덕진 프로필아호: 서랑(瑞瑯) 시인, 수필가

 

 

 

 

 

 

 

 

사내의 허리에서 뿔이 자란다

등껍질을 뚫고 자란 연한 살결이

소 잔등보다 거칠고 딱딱하다

멍에를 옭아매고 살아온

곱은 허리는 꺾이고, 흉터뿐이다

두 뿔을 의지한 채

삶을 지고 걸었을 사랫길

사내의 진한 세월이 풀뿌리마다

성성하다

사내의 지게에 걸터앉아


목말 태우던 살터는

편안한 안식의 보금자리

어깨에 짊어진 등짐을 둘러메고

된시름 뒤스르다

곳간 한 귀퉁이 다리가 부러진 지게

봄 기지개 켜도록

꽃잠 몰아 자는 구부정한 등판 위로

봄싹이 움터오는데

뒤척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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