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의 허리에서 뿔이 자란다
등껍질을 뚫고 자란 연한 살결이
소 잔등보다 거칠고 딱딱하다
멍에를 옭아매고 살아온
곱은 허리는 꺾이고, 흉터뿐이다
두 뿔을 의지한 채
삶을 지고 걸었을 사랫길
사내의 진한 세월이 풀뿌리마다
성성하다
사내의 지게에 걸터앉아
목말 태우던 살터는
편안한 안식의 보금자리
어깨에 짊어진 등짐을 둘러메고
된시름 뒤스르다
곳간 한 귀퉁이 다리가 부러진 지게
봄 기지개 켜도록
꽃잠 몰아 자는 구부정한 등판 위로
봄싹이 움터오는데
뒤척임이 없다.
김해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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