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생한 시詩벌이 삶, 전영귀 시인
-그 생생한 시詩벌이 삶, 전영귀 시인

언젠가 세상살이 시詩살이 사투리 인생 토론을 했다. 시대가 왜 이러냐며 전화통이었지만 우스꽝하고 유쾌한 경상도 아줌마 둘의 속사정은 진지했다. 굳이 시詩라는 이유로 표준어라고 수도권의 언어에 붙잡혀 시성의 한계에서 멈출 것인가! 동시다발로 각자 사는 곳에서 시어를 있는 대로 찾자. 있는 그대로의 시詩가 여기 진짜 시詩다.

 전영귀 시인은 ‘사투리가 사라지는 건 언어의 박물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라는 어느 학자의 안타까움에 힘입어, 시인으로서 몇 편의 방언方言 시를 남기기로 작정하였다. 그 중, 꽃술의 모양새가 바늘과 몹시 닮은 ‘바늘꽃’을 주제로 내 유년의 가정사와 버무려 [한국 꽃 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된 작품을 소개한다.

아울러 그녀는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며 통화를 마무리하였다. “각 지방의 모국어로 풀어낸 ‘사투리 시 모음집’ ‘사투리 시 낭송’등으로 활성화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나온 한바탕 웃은 말은 사투리는 우리말이다. 우리가 사는 곳이 고향인 고향의 말이다. 라며 평소 서로의 시론詩論이기도 했다. 그녀의 대표작을 읽는다.

 


바늘꽃

        전영귀
                                 
-내사마 바늘 한 쌈만 있으모 소워이 엄겠따

뾰족한 할매 말투 한 땀 한 땀 귓전 찌른다

-이러키 뚜꺼분 놈을 무신수로 당하노

시오릿 길 천창 장을 땀 뻘뻘 걸어서

묵 한 그릇 못 자시고 사 온 대바늘 두 개

고리땡 광목 소똥에 찌든 군복바지에

얄짤 없이 부러져 패댕이 치는 말

-보들 야들 명주 속곳 언제 한 번 꼬매보노

미안한 울 아베 할매 산소 옆에다

원 없이 쓰시라고 심어놓은 바늘꽃

선 가을 실바람 타고

하늘하늘 하늘나라에서 웃음꽃 만발이다

 

시詩의 세계로 입문한 지 7년, 《영남문학》으로 등단한 지 3년 만에 출간하는 전영귀 시인의 첫 시집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에는 아름다운 서정시가 빼곡하다.

그녀만의 독창적 시의 무늬와 풍경 이미지는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 시는 놀랍다. 사투리는 어머니의 언어이자 마음의 고향이며 토속 정서이자 모국어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중 「바늘꽃」은 근대 한국 농촌의 가난한 흑백 풍경 사진을 보는 것 같다.

최근 사투리 보존과 활성화는 각 지역의 중요한 정책이 되었다. 한국문학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소월과 백석의 북방 사투리, 영랑과 서정주의 전라도 사투리,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박목월을 필두로 여러 시인이 다채롭게 변주하였다. 전영귀 역시, 시인의 고향인 경상도 성주 방언을 고도로 함축된 은유적 표현으로 맛깔나게 비벼 넣었다.

그러면서도 그 사투리에는 참맛 나는 시어들이 생생한 현장의 소리, 삶의 실화를 뿌린다. 얼마나 희한하게도 다 드러내고도 더 드러나는 시어들이 시의 품들이 가슴속으로 스미는 건 왜일까! 그녀는 그 닥 설치지도 않는다. 있으나마나 할 때도 있는 그녀가 시상만사詩想萬事에는 온갖 상상을 동원하여 삶의 진실을 시의 진심을 다 쏟아 붓는다. 그녀는 얌전하다. 아니 조신하다. 근데 사투리를 쓰기 시작하면 왕수다 시詩수다 맴맴 울던 매미가 뚝 멈추고는 나무처럼 붙들려 있다. 그 매미소리도 사투리 속에 녹는다. 순진해서 잃지 못하는 그녀의 순수한 사투리 시를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에서 만나보기를 추천 한다. “시詩녀살이 칠 여년, 이제 터뜨릴 때 됐잖아?”
칠월이다. 그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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