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호 (시인 수필가)
하명호 (시인 수필가)

춘분이 지난 거 같은데 찬물에 냉기는 겨울을 머금고서 아직은 조석으로 손이 아려져 온다.
늦은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한 봄비는 거의 폭우 수준으로 거세게 강풍 함께 쏟아지고서 요란하게 뒷간에 놓인 패널 지붕 천장을 맹렬하게 때리고서 있다. 추녀 끝에 매달려 굵은 비는 한 다발이 되어 어둠 속에 짙어진 골을 따라 내리는데 희미하니 빗줄기 사이로 처량하니 오갈 데 없는 몸 하고서 아직은 이른 봄인데  철이 일러 길을 잃어버린 빗소리에 놀란 참개구리 정신 줄 놓았는가. 오늘따라 두개의 굵은 눈망울 굴리면서 잔뜩 두려움과 겁에 질린 표정 하고서는 망연자실 복지부동의 자세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다.

빼꼼하니 비를 피해 열어둔 창문 열어 마당 한편에서 비를 피해 이동이라도 하였으면 하는데 아마도 방향 감각을 상실한 양 그대로이다. 옆에서 쳐다보던 스피츠 강아지 관심 밖이라 졸린 눈 하고 길게 하품하고서는 아무 일도 없다는 표정하고서는 이내 제 잠자리로 들어가 버린다.
밤이 깊어가 쏟아지는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져 가고 오늘따라 애처로이 갈 곳 잃어 헤매는 모습이 너무나 측은해 보이고 비가 그친 이 밤에 저대로 지새우는가 보다.

문득 창문을 닫으려다 아궁이가 있는 옆 부엌문을 열어두기로 한다. 사람 인기척이라도 느끼게 하도록 하여두자 그리고 전등 스위치에 손이 가다 이내 멈추어 버린다. 초행길일 텐데 환하게 불이라도 밝혀 두어야지! 폭우 비를 피해 피신이라도 하여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

계단 아래 쳐다보는 개구리가 반갑게 아침을 맞이하러 마중을 나와 있다. 다행이다! 폭우 빗소리에 놀라 엄동설한 땅 속에서의 긴 겨울잠을 두고 다가오는 이 봄의 전령이 되어 꽃 소식 전해주러 왔는가 보다. 밤새 내리던 빗소리에 놀라서인지 오늘따라 조용한 게 매일 저녁 그렇게나 울어대어 밤잠을 설치게 하던 닭장 속의 백봉계들, 아침 밥 먹이 달라 재촉을 하며 졸졸 뒤 꽁지 물고 다니는 스피츠 강아지 하고는 부산하니 아침을 맞이한다. 언제 그랫냐는 듯하고는 줄기차게 쏟아져 그렇게도 세차게 내리던 봄비도 언제 그랬냐는 둥 하고는 파랗게 돋아나는 희망의 봄의 쑥들과 속인들의 발에 밟히어 보이지도 않았던 노랑의 민들레들 수줍어 새싹 고개 내밀어 이내 고요 속에 적막감만이 더해져 오고 폭풍우 비가 지난밤에 비가 개인 이 아침에 자연의 바람 더하여 진한 황토 흙에다 봄의 내음 안부 전해져 섞이어 밤새 놀란 양서류 참개구리 더하여 오늘 이 아침은 또 다른 새 식구를 맞이하는 상쾌하니 하루의 문을 열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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