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남명문학상 단편소설부문 우수상 수상작

최 주 철
최 주 철

장교숙소는 병사들이 있는 내무실과 근거리에 있었다. 사관에 의한 점호가 끝나자 내무반은 침묵했다. 병사들 내무반은 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 누웠다. 옆에서 잠 못 이루는 공 소위를 보면서 최 소위는 말했다.

“그만 자자, 으응.”그때였다.
“쿵......쿵”누워있던 최 소위는 눈을 뜨며 말했다. “무슨 소리지?”공 소위는 말을 받았다.
“후방부대에서 야간 훈련을 하나 보다.”공 소위는 혼자 말을 중얼거렸다.
“자대 배치 받은 후 처음 맞는 휴가 바로 내일부터 3일간이다.”

“아버지가 빨갱이한테 죽었어”
“빨갱이들이 습격하던 날 우리 마을은 잿더미가 되었지”
“마을 사람들이 많이 죽었지”
“난 공비들을 똑똑히 봤어”
“그래, 잔인한 놈들이야!”
“우리 아버지는 여순 반란 사건 때 돌아가셨어.”
“농토를 많이 가지고 있었지”
“지주라는 이유로 무참히 돌아가신 거야”
“집은 아직도 여수에 있어”조용한 장교 숙소도 침묵이 흘렀다.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여순 반란 사건은 남로당 지하조직의  책동으로 일어난 것으로 수천 명의 공비가 만행을 저질렀다. 그때 소련제 따발총이 등장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난 동생을 데리고 그곳을 떠나왔어”
“동생은 지금 같이 피난 온 동네 사람 집에 끼어 살아”
“박일주라는 여자 친구가 있어 덜하긴 하지만...”
“그래도 남의 집에 두고 온 것이 편하지 않아”

최 소위는 이미 잠들어있었다. 최 소위는 공 소위보다 한 기수 선임이지만 나이가 같고 생일도 이틀 차이라 서로 마음을 트고 편하게 지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기계음이 계속 들리고 쿵쾅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한편, 중대 당직실에서는 “따르릉, 따르릉”전화벨이 울렸다. 김 중사는 졸리는 목소리로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1중대 당직사관입니다.”. 수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야 새끼야 빨리 전 간부 비상 걸어”라고 대대 당직사관인 중대장 목소리였다.
“예, 중대장님”
“근데 무슨 일입니까”
“야 잔말 말고 즉시 전 병력 기상시키고 전투 준비태세 돌입해”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속으로 중얼거리며 김 중사는 당직 부관에게 전 병력 기상 시키라는 지시를 했다. 그리고 영외거주자 소집을 지시했다.

당직 부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내무실로 걸어갔다. 빼치카 옆에서 졸고 있던 불침번 이상영 일병을 왼쪽 전투화 발로 툭툭 치며 깨웠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야!,”
“전부, 기상!”
“일어나, 기상!”
“일어나!”20여 명 남짓 병사들은 하나 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정원이 43명이던 소대 내무실은 농사철이라 외박과 휴가를 나가고 반 정도 밖에 없었다.

최 소위와 공 소위도 영외거주자 소집되어 연병장에 완전군장으로 도열하고 있었다. 어둠이 연병장을 토해내고 있었다. 자욱한 날씨는 아주 맑았다. 대대 병력은 오와 열을 맞추어서 질서 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군장에 돌돌 말아 붙인 모포와 야전삽 그리고 반합이 스치는 바람에 간혹 소리가 들릴 뿐 침묵이 흘렀다. 사열대 위로 대대장 모습이 드러났다. 깊게 눌러쓴 철모 속으로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당직사관이었던 1중대장이 대대장에 대한 경례라는 구령이 떨어졌다. 힘차게
“충성”구호와 함께 거수경례를 하였다.

대대장은 인사를 받고 선임 중대장의 열중쉬어 구령이 떨어지자 훈시를 시작했다. 잠이 덜 깨서 그런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한마디가 있었다. 지금 38선을 공산군이 남침을 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진지를 점령한다는 내용이었다.

훈시가 끝나자 81미리 박격포와 포판을 메고 90미리 무반동총을 어깨에 걸치고 행군이 시작되었다. 군장에 20킬로 이상 되는 무게가 무릎과 발목을 짓눌렀다.

시원한 바람이 옷깃 속을 파고들었다. 시원했다. 행군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겨드랑이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야전상의를 벗어 군장에 걸쳤다. 포열을 어깨에 메고 가는 발걸음은 무거웠다. 앞서가는 분대장인 박 하사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우리 중대는 중화기 중대로 각 중대로 배속되었다. 3소대 소대는 검단산 뒤쪽에 자리 잡았다.
가는 길은 그리 험하지 않았다.

방호식 병장은 트럭을 운전하는 운전병이다. 왼쪽 발을 밟고 오른손으로 앞으로 밀어 전진 기어를 넣고 붕하고 소리를 내면서 우리 행군대열 가운데를 천천히 달려가고 있었다. 키가 매우 작은 방 병장 녀석은 훈련할 때마다 차량 운전수라고 뻐기곤 했다. 매우 못마땅했지만 나는 늘 그 녀석을 잘 대해 주었다. 오늘도 얄밉게 앞으로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왼손을 내밀어 보란 듯이 손짓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왼손 팔뚝을 걷고 주먹을 내밀며 파이팅을 표시했다. 녀석의 차는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 소대는 포판과 포열을 나누어서 돌아가면서 어깨에 메면서 엑스 자 고개를 넘어가기 시작했다. 이곳은 경사 매우 높았다. 매번 행군할 때마다 힘들어했던 곳이다. 앞서가는 분대장 전투화 발 뒤꿈치가 거친 돌부리에 끌리기 시작했다. 언제나 소식이 밝은 정보과 녀석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어머니 아버지 이 불효 자식을 용서하세요.”하면서 눈물까지 흐리는 것이 아닌가. 전쟁이 났다 면서 말이다. 멀리서 들려오는
“쿵...쿵”거리는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런저런 생각하다 보니 고지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 후미진 곳이 우리 진지였다. 박격포를 방열했다. 포판을 땅에 놓고 메질하기 시작했다. 포판이 고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포열을 끼우고 포 다리를 연결해 수포를 맞추어 정열 했다. 무전기에 귀를 대고 좌표를 받아 적는 FDC는 연필만 돌리고 있었다. 아직 아무런 명령이 없다.

잠시 뒤 “쿵..쾅 ”하는 소리가 났다 포탄이 떨어졌다. 자욱한 먼지가 주위에 온통 가득했다. 무슨 일이야 하면서 분대장이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던 포탄이 터진 것으로 생각했다. 소대원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있으려니 여기저기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모두 엎드리라고 소리쳤다. 사방에서 신음소리가 났다. 순간 멍했다.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소대장인 나는 어떻게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음호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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