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남명문학상 시부문 우수상 수상작

박덕은
박덕은

 

 

 

 

 

 

 

육질이 살아 있는 옷감으로
친환경 코트를 만든다

원단이 싱싱해 색상과 무늬가
추위 막기에는 제격이다
마름질하기 위해 가위는
장바구니 가득한
고기류와 채소를 씻어 자른다

두툼한 안감의 팔딱이는 생선 비린내는
밑실로 감아 숨기고
하얀색 바탕에 붉은 꽃 새긴
꽃등심으로 깃 세운
그 끝에 버섯을 이어 붙여
가늘게 채 썬 양파로
매운 향 솔기 만들 때까지
노루발*은
수없이 어루만지고 핥으며 밤 지샌다

패션계에도 웰빙 바람이 불어와
건강 지키는 유기농 의류가 대세

디자인이 유행에 뒤처지면
과감히 벗어 식탁 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이 닿자마자
코트는 보글보글 끓어오르며
보풀 일어난 매운탕이 된다

잘라낸 매듭 한입 가득 뜨는 사람들
박음질 맛이 매콤하다며 땀을 흘린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