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민병식(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손감찰관 (The Inspector-General)은 니콜라이 고골의 대표작으로  러시아어로 작성한 연극사상 최고 걸작의 하나로 손꼽힌다. 1836년에 궁정극장에서 황제를 앞에 두고 초연되었으며, 황제의 호평을 받아 검열에서 상연금지가 되는 것을 모면한 작품으로 시골의 정치를 테마로 하여 러시아 관리의 부패상을 날카롭게 풍자,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 때문에 고골은 격심한 공격의 대상이 되어 결국 러시아를 떠나게 되었다. 고골의 문학인생은 검찰관 이점과 그 이후로 나뉜다 할 수 있을 만큼 이 작품은 기념비적이라고 하겠다.

  당시 황제의 동생을 참칭한 두 사람의 장군 때문에 사회가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였고 독재적인 관료주의 사회에서 자신을 허풍과 거짓으로 부풀려 관직을 차지하는 사람들도 넘치던 시절이었다. 주인공인청년의 말도 안 되는 허풍이 당시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군상이었고 고골은 시장과 청년을 통해 당시의 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하며 질책하고 있다 .

  어느 부패하고 비열한 시장의 시에 비밀 업무를 가지고 온 감찰관이 시찰 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 켕기는 일이 많은 시장과 공무원들 , 지역 유지들에게는 큰일 날 소식이었다. 함께 모여 대책을 세우는데 갑자기 뛰어 들어온 한 사람이 어느 여관에 감찰관으로 추측되는 청년이 2 주나 머물고 있다는 소식을 헐레벌떡 전한다.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대책을 세우고 , 시장은 여행객들을 살핀다는 핑계를 가지고 감찰관을 찾아간다.? 그런데 사실 이 청년은 감찰관이 아니었다. 그는 수도인 쌍트뻬쪠르부르크에서 가장 말단인 14 등급 관료로 겉멋만 잔뜩 든 젊은이였고 돈만 생기면 온갖 귀족 코스프레로 탕진하는 사람이었다. 그 동네에도 여비가 다 떨어져 방법이 없어 2 주간 외상으로 버티고 있었고 더 이상 외상으로 밥을 줄 수 없다는 여관 주인의 엄포 때문에 당장 굶을 판이었다. 이때 , 시장이 찾아온 것이다 .

  시장은 그가 감찰관이지만 자신의 신분을 속이려 한다고 생각하며 청년과 이야기를 했고 ,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것을 금세 눈치 챈 청년은 시장의 오해를 이용해 시장이 제공하는 온갖 호의를 누린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챙기고 술을 마시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양 뻥을 잔뜩 치고 시장의 딸에게 청혼까지 하고는 백부에게 축복을 받고 오겠다는 핑계로 그 도시를 떠난다.

  딸이 수도의 대단한 귀족과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기쁨에 취해 벌인 파티에서 시장은 벌써 장군이라도 된 양 거들먹거리고 있엇고, 많은 사람들은 알랑거리기 바빴는데 , 그 때 , 우체국장이 편지를 한 장 들고 달려 들어왔다. 청년이 자신의 친구인 기자에게 이 재미난 일을 적어 보낸 것을 우체국장이 몰래 뜯어보았던 것이다 .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 하는 가운데 다시 한 번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

" 특명을 받고 쌍뜨뻬쩨르부르크에서 오신 관리께서 여러분을 지금 당장 모셔오랍니다. 그분은 지금 여관에 계십니다."

  이 작품은 그 당시 러시아 관리의 부패상과 그 당시 허영과 사치로 똘똘 뭉친 사람들을 비판하고 있으나 이는 지금의 우리나라의 사회상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코로나 19의 시대,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노동자와 점점 희망을 싫어가는 자영업자 들,  정리해고의 바람 앞에서 떨고 있는 회사원들, 이러한 국민들의 삶은 외면한 채 자신들은 국민의 눈높이와 맞지 않는 불법을 저지르는 정치가와 고위직 들이 있다면 스스로 반성하고 회개해야할 것이다. 입으로만 국민을 외칠 것이 아니라 진짜 먹고 살기 힘든 국민의 마음을 달래고 헤아릴 줄 아는 사회 지도층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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