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민병식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온 세상이 혼란스러운 지금, 외출 시는 물론이고 어디를 가든 실외든 실내든 마스크 쓰기가 필수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두 매로 한정되어 각자에게 정해진 요일과 주말에 사야하는 등 철저한 통제로 매우 힘든 적이 있었다. 사람이 모여선 안되는데,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서던 모습들이 이율배반적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마스크 구입이 어려움이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은 코로나의 한 해였다. 초반에 시작해서 지금까지 전 세계와 온 나라가 고군분투하고 있는 즈음, 마스크는 한시라도 곁에서 떨어질 수 없는 가장 중요한 필수품이 되었다.

마스크 안에 감추어진 얼굴을 본다. 그 안에는 장사가 되지 않는 자영업자의 슬픈 입모양도 숨겨져 있고, 불경기로 인해 정리해고를 당한 처진 어깨 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 숨이 숨겨져 있고,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되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데, 아직 못다 핀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아버지의 빗나간 부정이 걸쳐져 있고, 코로나 환자를 위해 방호복을 벗지 못하고 하루 종일 땀에 젖어 고군분투하는 의사, 간호사의 한숨도 숨겨져 있다.

나의 마스크 안에는 어떤 표정이 있을까. 전철 안 누구라도 내 옆자리에 앉으면 찜찜한 기분과 고개를 돌리며 숨을 고르는 경계심이 숨겨져 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면 거리를 두고 간단하게 대화를 끝내려는 긴박함과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누군가 내 뒤를 따라와 함께 타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심과 택시를 타면 뒷좌석 창문을 살짝 내리고 환기부터 시키고 혹시 기사님이 말이라도 붙일까봐 목적지에 도착할 때기가지 폰에 집중하는 마스크 안의 꽉 다문 입과 함께 불끈 쥔 두 손 안에 모든 이를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자로 취급하는 의심이 가득 차 있었다.

스스로의 격리를 통해 내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려는 생존 본능의 특성상 당연한 것이며,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지내고 있기에 상대가 그런다고 해도 욕할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몸은 격리하되 사랑의 마음을 격리해서는 안된다는 거다. 나 하나만 즐거우면 된다는, 우리 가족만 안전하면 된다는 이기심만 있다면 우리는 결국 코로나에 지고 말 것이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은 고통이 배가 될 터인데 여유가 없을수록 앞도 옆도 뒤도 돌아보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비록 나는 마스크를 쓰고 스스로를 보호할 힘이 있고 삼시 세끼 밥도 배부르게 먹고 회사도 잘 다니지만 우리 주변에는 그럴만한 힘도 정신적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어찌할 것인가, 나 살기 바쁘다고 우울한 얼굴, 짜증난 표정만 감추고 살 것인지, 힘들어도 마스크 안의 표정은 웃는 얼굴, 이었으면 좋겠다고 머지않아 이 코로나도 종식될 것이니 희망의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모으자고 스스로 다짐해는 연말이다.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