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석 ◈경영학 박사◈

지도자 앞에는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상반된 요구가 산적해 있다. 소외된 일부의 불만을 처리했는가 싶으면, 전체의 안락한 삶을 위해 보편적인 정책을 구상해야 하고, 청원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한숨 돌리려는 순간, 더 많은 요구를 하는 이익단체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와 같은 끊임없는 요구에 대해 지도자는 반드시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실패한 지도자는 이 점을 소홀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우리사회의 갈등도 균형 잡힌 지도자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개인의 국지적 목표달성에만 치중하거나 이념에 치우쳐 균형을 잃어버린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목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기위한 사람이 방향을 잘못 잡고 속도를 낸다면 결국 시베리아에서 헤매게 될 것은 분명하다.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수시로 이루어지는 결과에 일희일비하지는 않는다. 내일을 향하여 다양한 구성원들을 한데 모아 공동의 유대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에만 매달린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대통령은 취임연설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반대편에 서 있는 국민도 섬기겠다’라는 취지를 밝혔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처럼 지도자는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 각기 다른 기대와 요구를 가진 사람들을 잘 이끌어 균형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며, 서로 상반되는 의지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하는 것이다. 기업에 있어서 성공 여부는 지적 자산이나 재무 자산, 또는 전문 기술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의 열의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잘 관리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최고경영자에서 현장의 일용공에 이르기까지 이익이 골고루 배려되는 회사라고 인식한다면, 그 기업은 분명히 성공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정치도 이와 같다. 지도자가 각계각층에 분포 된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바람직한 국가의 완성은 먼 나라 이야기가 된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모두 만족시키는 지도자의 태도와 행동이 국가 전체에 스며들면, 그 국가는 생동감과 생명력으로 넘치게 된다. 이러한 국가는 격변의 시기에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며, 심각한 위기 속에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가 국가의 생명력을 결정할까를 궁금해 한다면 단연 ‘성과생명력’과 ‘문화생명력’, 이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 성과생명력은 국가 내의 행정부처와 관계를 계속하려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의지와 능력의 결과로서, 장래 생명력의 측정치이다. 이는 과거에 무엇을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미래에 무엇을 이룰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두 번째 문화생명력은 온 국민들이 서로 상반되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자발적 의지와 능력으로, 정부가 장기적으로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의 기준이 되는 측정치이다. 이상하게도 잘못된 지도자는 여론의 추이를 통해서 문화생명력을 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말 만족하고 있는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귀를 닫으려 한다. 성과생명력이나 문화생명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분명한 것은 국가의 다가올 미래를 알고 싶다면 ‘성과생명력’을 측정하면 된다. 그렇다면 성과생명력의 수준은 어떻게 측정하는가? 해답은 바로 문화생명력이다.
코로나 19라는 감염병의 창궐로 국민 다수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경제마저 파탄 국면에 직면한 국가적 위기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아픔이나 고통은 전혀 아랑곳없이 오로지 권력을 위한 정쟁에만 몰두한 채 보란 듯이 계파갈등과 분열만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성과생명력과 문화생명력을 찾으라는 외침은 우리에게 ‘정신 차려’라는 경고로 들린다. 성과생명력은 K방역이나 권력기관 개혁, 과거청산 등으로 대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래에 획득하여야 할 먹거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제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어 일심으로 뭉치고 외쳐야 할 미션과 자발적인 행동을 제시할 때 비로소 문화생명력으로 그 힘이 발하게 된다.    
‘문화생명력’은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이끌어낸다. 자발적 노력은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실행시키려는 지도자의 의지와 능력에 달려 있다. 이러한 문화생명력은 성과생명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으로부터 비롯된다.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지도자상이란 국민들의 열망과 가치 수준에서 결정이 된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는 지금 균형을 가진 지도자상에 감사하고 있는가? 아니면 균형을 갖춘 지도자상을 바라는 열망과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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