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석 ◈경영학 박사◈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이 발표한 ‘지역화폐의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비판하자 야당인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이재명 지사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 실제로 지역화폐는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화가 인간의 삶을 좌우하는 것을 막고 지역의 경제시장을 창출하며, 자립적인 지역사회 경제 채널을 구축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등장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화폐는 우선적으로 지역사회의 개발과 지역공동체 형성이라는 보완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정치적 시각으로 접근하여 정책적 유불리를 따진다면 지역화폐가 대안적 경제모델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지역화폐(local currency)는 특정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며, 법정화폐와 병행하면서 또 하나의 지불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지역화폐의 시초는 1832년 영국 런던에서 도입된 ‘노동증서’에서 발단이 되었는데, 협동조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오웬이 상품을 만드는데 투입된 가치를 노동평균시간으로 환산하여 그 만큼 노동증서로 받고, 또 다른 참가자가 제공하는 상품과 교환이 가능하게 만든 대안적 화폐구조로 출발 했다. 이렇게 시작한 지역화폐는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어, 주로 대공황이나 세계대전 등 기존의 경제체제나 화폐시스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그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우리나라도 1998년 외환위기 때 미내사(미래를 내다보는 사람들)가 지역통화제도로 사용하여 관심을 모은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화폐 개념은 옛날 농촌사회에서 행해졌던 두레, 품앗이에서 연원을 찾아 볼 수 있어서 전혀 낮선 개념은 아니다.
   최근 지역화폐가 논쟁이 되는 이유는 화폐란 단순한 지불수단이나 가치축적의 수단 뿐 만 아니라 사회의 경제적 활동과 새로운 가치체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지역화폐는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 의의를 지닌다. 첫째, 법정화폐 없이도 지역주민의 신뢰만 기초로 거래 및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 둘째, 유휴자원을 효과적 활용할 수 있다는 점, 셋째, 기존의 비효율적 유통과정의 효율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 넷째, 지역경제 활성화 및 경제적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지역화폐의 한계성을 살펴보면, 첫째, 지역화폐의 거래 시 지역의 외부에서 조달되는 상품 및 서비스와 거래되지 못함으로써 다양한 교환 활성화를 저해하게 되는데, 결국 지역화폐가 교환의 수단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퇴장하거나 순환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 둘째, 지역화폐를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장부나 실무자가 필요함에도 재정이 부족하여 계속적인 실무자 인력난을 겪을 수 있다는 점, 셋째, 회원 혹은 참여자들의 선의와 자의에만 의존함으로써 활동의 지속가능성이 현저하게 저하된다는 점, 넷째, 폐쇄된 경제구조 속에서 거래금액의 일부만으로 운영비를 해결하고 있어 독자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역화폐 시스템 운영에 어려움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지역화폐는 사용상에 있어 여러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데, 가입된 지역 주민 간에 신뢰에 기초하여 화폐를 직접 생산 및 유통하고, 일정기간 역내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등이 지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역화폐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논쟁이 아니라 장점과 한계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구조적 관점에서의 분석이나 체계적인 평가 그리고 대안적 문화조성을 위한 큰 틀에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지역화폐를 제대로 정착 및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지역사회의 소속감이 저하되지 않는 범위에서 시행되어야하며, 둘째, 거래 이용 시 발생할 수 있는 화폐의 물신성과 축적성을 제거해야 하고,  셋째, 거래 이용 시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지역화폐의 정착을 위해 시민들과 지역 중소상인 및 기업들에게 사회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을 설득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이들의 참여의 폭을 확대시켜 잠재적인 호혜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연대조직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를 구축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 지방자치단체는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무엇보다도 제도화 시켜야 한다. 이는 정치적 구호나 지도자의 의욕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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