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도읍(都邑)의 정자(亭子) 연자루, 함허정, 산해정

김종간 향토사학자

 

 

연자루燕子樓
「읍지」 공해조에 “호계(동상동의 호계천) 위에 있다. 정사년(1677)에 변국한 부사가 중건하고 정묘년(1686)에 이행익 부사가 중수하였으며 무술년(1717)에 김중구 부사가 중수하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맹세형이 시서에 말하기를 "내 일찍이 여러 곳 중에서 문정공(맹사성)이 지은 김해부의 '연자루' 란 뛰어난 시를 보고 이 루에 오르지 못함이 한이 되어 등불에 비친 먼지에도 읍하게 되었다. 다행히 피곤한 기운을 향막 (군대의 막사)에서 풀고 해진을 모두 밝아 김해부의 치소에 이르러서 이른바 연재자루 쪽을 바라보니 병화로 부서진 주춧돌과 잡초가 무성하다.

문미에 걸었던 시판도 불과 연기에 함께 없어졌으니 어떻게 유묵(죽은 이의 필적)을 즐겨 구경하며 어디에다 갱장 <갱장견요에서 온 말로, 요임금이 죽은 후 순임금이 그를 사모하여 3년이 되도록 앉았을 때는 담벽에, 밥을 먹을 때는 국그릇에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선현을 추모하고 사모한다는 뜻으로 사용>의 추모를 하리오. 슬프다! 우리 선조인 신창군의 유풍과 여운이 수백년을 지났어도 매일 부인과 아이들이 지금까지 외우고 말하여 소하지 아니한즉 시가 있고 없음이 진실로 선조의 썩지 않을 공로에 걸여됨이 없으나 뒤에 이 부를 지나는 사람들이 가치 있는 시를 목격하고는 문득 사성의 초헌이 자나친 바요 꽃다운 발자취를 알아 가하 공경할 제 시 역시 도움되는 바 있으리라.

하물며 나중 볼초 자손으로 역시 공무로 관청의 짧은 시간을 얻어사불에 느낌 포를 일으킨 것이다. 이에 경해 윗사람에게 자기를 알리는 기침소리)를 책상 앞에서 받은 즉, 어찌 가히 뜻하는 한 하디 말이 없겠느냐? 마침내 부사 조 즙과 아울러 5대 백조 신창군이 지은 운에 탁하여 다시 새겨 별관에 매달고 인하여 거칠고 못남을 헤아리지 않고 삼가 왼쪽에 써노라."하였다.

맹주서가 시서에 이르기를 "옛날에 내 선군(돌아가신 아버지 맹세형)께서 항상 영남 김해부에 연자루가 있었
다고 말씀하시며 '선조 문정공(맹사성)께서 일찍이 시
한 편을 연자루에 남겼으나 누각이 임진왜란에 불타고 옛 터만 남아 있었다. 정묘년(1627) 말을 타고 김해부에 가서 그 시의 제를 이어 다시 새겨 별관에 걸었다.' 고 하셨다.

못난 자식은 입으로 대답하고 마음속에 아름답게 새겨 마음을 다해 김해부로 가서 감상하려 하였는데 전쟁이 계속되고 세월이 덧없이 흘러 45년이 지났다. 지난해 가을에 화산(경북영천) 수령으로 나갔으나 땅은 비록 같은 경상도지만 길이 좌도와 우도로 나뉘어서 이룰 수가 없었다.

얼마 후 들리기를 김해부사 변국한이 연자루를 중건하였는데 건물의 장대함과 아름다움이 영남에서 으뜸이란 소식에 자식으로서 홍복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음은 언제나 남쪽으로 달려갔지만 관청의 일로 여가를 낼 수 없음이 한이었는데, 지난달에 방백(관찰사)의 명이 있어 무거운 책무에서 풀려나 돌아보고 잠자니 행복하지 않은가.

마음은 빛나는 연자루 난간과 기둥 사이에만 있고 싶은데 조물주의 장난인지 날이 저물고 길이 멀어, 올라서 조망할 기약도 없네. 심부름을 시켜 시판을 가져오게 하여 다시 손질하여 윤색하고 그 전말을 기록하여 다시 새 문미에 걸어 그윽한 연자루의 중건한 뜻에 부합토록 한다." 하였다.

기록은 연자루가 김해시 동상동의 연화사 일대의 자리에 있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와 시서가 전해지고 있지만, 최초로 언제 누구에 의해 지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주열, 김득배, 정몽주 등 고려 후기의 이름난 문신들의 시가 전하고 있어 고려 때의 누각임을 알 수 있다. 주 열이 1287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적어도 그 이전 누각임은 확실하다.
「읍지」의 연혁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불타 무너져 내린 것을 정사년(1676)에 중건했고 정묘년(1686)과 무술년(1717)에 중수했다. 오랜 세월에 무너져 내리고 훼손됐다가 1932년 9월 완전 철거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려 후기와 조선 전기 문신들이 남긴 '연자루' 시 속에서 아름다운 어제의 김해를 오늘에 그려본다.

   다음호계속>>>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