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순 작가

이애순 작가

 

 

 

 

 

약력

홍익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

에세이문예 신인상, 아동문예문학상, 동서커피 문학상 가작.

에세이문예 작가상. (현)가야여성문학회 회장

수필집《우리 언제 밥 한번 먹을래요?》

 

책갈피는 책을 읽다가 다음에 읽기 위해 읽던 곳을 표시해두기 위한 용도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것은 책을 다 읽겠다는 암묵적 전제를 깔고 있으리라. 그렇지 않다면 책을 그냥 덮어 버리고 말 일이다. 정독을 해야 할 책에 책갈피가 있어 한번에 완독해야한다는 조바심에서 벗어날 수 있어 다행이다.

살다가 가끔씩 책갈피를 끼우고 쉬고 싶을 때가 있다. 법륜스님이 출가하게 된 동기가 된 일화가 있다. 법륜 스님이 절에서 지내며 학교를 다니던 때, 하루는 은사스님이 법륜스님을 부르셨는데 잡히면 서너 시간 붙잡혀 법문을 들어야할 것 같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도망치려했다고 한다. 그러자 은사스님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는 놈이 바쁘기는 뭐가 바쁘냐’고 호통을 치시면서 ‘너는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가는 줄 아느냐’는 화두를 던져 은사스님과의 몇 단계의 문답을 주고받고 난 후, 불교의 명징한 논리에 필이 꽂혀 출가했다 이야기다.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가야하는 지도 모르는 채, 물질과 성공을 향해 질주해온 우리네 삶.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철학적 사유의 시간을 얼마나 가지며 살아 왔던가.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 놓일 때마다 무엇을 기준으로 선택해왔던가.

근래 들어 곳곳에서 인문학 강의가 인기를 얻고 있다. 왜 요즘 들어 이다지도 인문학을 중요시 하는 것일까. 한때 대학에서조차 인문학 관련학과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지금도 취업과 직결되는 학과를 지원하고 인문학을 경시하는 시류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회에서는 오히려 인문학 열풍이 일고 있다. 왜일까?

인문학은 인간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시하는 학문이다. 나아가 좀 더 가치 있는 삶의 방법을 찾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인문학의 붐은, 우리의 삶이 건강하지 않다는 것의 반증일지 모른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근원적 질문에 기인한 것이리라.

‘신종코로나19’로 인해 타의로 몸이 묶이고 일상적으로 하던 일들이 차단을 당한 이즘, 불평 대신 숨 가쁘게 달려온 발걸음에 책갈피를 끼우는 시간으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는 ‘신종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닥쳐온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닐 것이다. 정치적, 사회적 행위의 잘잘못을 떠나, 결국 우리 인류가 저질러놓은 행위의 결과임은 틀림없다. 돌아보아야할 일이다.

 

삶은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고 다양한 재난들이 인류 앞에 닥칠 것이다. 삶이라는 책은 정독을 해야 할 책이다. 그 책이 너무 길고 어려운 책이라고 집어 던질 수는 없는 일이다. 기술발전 위주의 가치에 잠시 책갈피를 끼워 초고속 발전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고 인류 참사의 현장을 돌아볼 일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만을 없애기에 급급하지 말고, 앞으로도 수없이 닥쳐올 인류에 대한 응징을 생각하며, 우리의 삶을 이기적인 인간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야 할 엄중한 때가 아닌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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