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물의 책 / 이소영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88p / 1만 5천원
추천 / 김다혜 김해율하도서관 사서

△사서의 추천이유
 마음의 번잡함과는 무관하게 봄꽃은 참 곱게도 피었다. 올봄엔 꽃눈개비가 치는 길을 거니는 황홀경에 취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아쉽지만 향기도 없는 종이꽃으로 마음을 달래본다.
'개나리 열매를 본 적 있나요?', '노벨상을 받은 식물', '가장 향기로운 열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반드시 목차를 먼저 살펴보는 버릇이 있는 나는, <식물의 책>의 재미있는 소제목만으로도 빨리 책장을 넘겨보고 싶은 조급함을 감출 수 없었다.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저자는 콘크리트 사이에 핀 제비꽃에도 애정을 가지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으며, 식물들이 제 이름과 가치로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딸기 한 알의 씨앗이 몇 개인지 알게 되었을 때의 행복을 느껴보고 싶은 모든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봄이 왔다는 걸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게 꽃이다. 봄꽃이 만개했음을 알리는 지역의 꽃 축제들이 취소되었지만, 꽃은 그 자리에 잘 있다. 어쩌면 인간군상이 몰려들지 않아 모처럼 꽃들끼리 이 봄을 즐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축제가 없어도 우리는 꽃을 볼 수 있다. 도시의 곳곳에도 꽃은 피고, 나무는 곧고 푸르게 자란다.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이 도시식물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전해준다. 저자는 식물을 오래도록 관찰하고 그것을 정확하게 그림으로 기록하는 사람이다. 대학원에서 원예학으로 석사를 수료했고, 국립수목원 · 농촌진흥청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리며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해 왔다. 저자가 기록하는 대상은 실내공간, 수목원, 공원 등 주로 우리 곁에 있는 식물들이다. 연구기관에서 개발한 신품종처럼 앞으로 우리 곁에 있을 식물들, 숲을 떠나 도시에서 살게 된 식물들도 포함된다.
 
이 책은 소나무, 은행나무, 개나리, 몬스테라, 딸기 등 늘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담아냈다. 가로수로 심긴 왕벚나무, 정원수로 심긴 곰솔이나 주목, 카페 천장에 매달린 틸란드시아, 식탁 위에 놓인 사과나 포도…. 이 식물들이 처음부터 우리의 일상 곁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도시와는 먼 숲에서, 혹은 사막에서 살던 식물들은 어떻게 인간의 도시로 왔을까. 그리고 그 자세한 모습은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는 몇몇 익숙한 꽃과 나무를 제외한 다른 식물의 모습과 생태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나무의 생태를 알지 못한 채 은행에서 악취가 난다고 불평하며, 아예 열매를 맺지 못하게 미리 조치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 아닐까. 저자는 “식물이 번식을 위해 열매를 맺고 씨앗을 퍼뜨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과정인데 과연 우리에게 그것을 인위적으로 차단할 권리가 있는 걸까”라고 묻는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가면 보면 식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구경하면서 보았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식물의 이야기. 그것이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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