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 로날트 D. 게르슈테 지음,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 376p / 1만 7천 원
 

코로나19로 각급 학교가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됐다. 비대면 화상수업이 현실화될 모양이다. 재택근무를 위한 방법도 모색 중이다.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사회의 시스템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인류역사에 큰 영향을 미친 전염병에 대한 책에 독자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그 중에서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로날트 D. 게르슈테가 쓴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는 오래 전부터 역사의 전개에 영향을 끼친 의학적인 사건에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해왔다. 이 책의 부제는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최고 권력자들의 질병에 대한 기록’이다.
 
역사는 위협적인 질병이 휩쓸고 지나간 후 세계사의 흐름이 바뀌었음을 말해준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큰 공포였던 전염병은 페스트이다. 짧은 기간에 막대한 사망자를 냈기 때문이다. 페스트가 발생한 지 5년(1347년~1352년) 동안 당시 유럽 인구의 3분의 1, 중국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페스트로 사망했다. 지금도 그 수치만으로도 두렵다. 당시의 사람들은 금방이라도 세상이 망할 것처럼 무서웠을 것이다.
 
페스트가 지나간 뒤에 세계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페스트는 사회구조적으로 가장 큰 변화를 몰고 온 질병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이 호전되는 걸 보았다. 인구수가 급감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노동력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유럽 내 수많은 지역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승했고, 농노를 구하기 힘들어졌다. 수공업자나 농부들은 그 이전이라면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유리한 위치에서 거래처나 지주들과 협상할 수 있었다. 유럽의 장원제와 봉건제가 흔들리는 원인을 페스트가 제공했던 것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제한된 자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가 발전했고, 새로운 세계 역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페스트처럼 사회 시스템 변화를 끌어냈던 또 하나의 전염병이 콜레라이다. 1854년 영국의 의사 존 스노우는 질병지도를 통해 콜레라가 수인성 질병임을 밝혀냈다. 그 결과 깨끗한 물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많은 도시에서 공중위생 환경이 개선됐고,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노력했으며, 식수와 하수를 철저히 구분한 것이 콜레라 창궐 이후였다.
 
인류는 질병을 하나씩 치료하고, 발전해왔지만 새로운 질병은 계속 나타났다. 바이러스는 과학의 힘을 빌려 몰아낼 수 있지만, 바이러스 자체는 변형되어 인간을 숙주로 삼고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신종 바이러스가 속속 등장하는 배경이다. 인간은 더 빨리,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어서 점점 더 빠른 교통수단을 만들어내고, 교통수단은 인간과 함께 전염병도 실어 날랐다. 전염병의 전파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것이다. ‘세계화’라는 단어는 전염병이 더욱 멀리, 그리고 빠르게 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국가가 경제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한 국가의 위기가 모든 국가의 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인류는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류는 환자를 치료하고, 백신실험을 진행되고, 치료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늘 그렇게 앞으로 나아갔다. 인류는 공동운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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