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미제라블(전5권) / 빅토르 위고 지음, 정기수 옮김 / 민음사 / 총 2,400p / 5권 세트 4만 8천 800원

 

코로나 19 관련 보도를 볼 때나, 확진자 동선을 알리는 안전문자를 받을 때마다 불안했다. 마스크를 살 수 있는 날짜를 알려주는 안전문자에도 깜짝 놀랄 정도이다. 확진자 수가 조금 주춤하지만 여전히 긴장된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일상생활의 피로감이 누적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요즘 영화관에서는 일상 속 지친 마음을 달래줄 음악 영화 5편을 선정해 재개봉하는 ‘힐링무비 상영전’을 개최한다. ‘레 미제라블’ ‘맘마미아!’ ‘비긴 어게인’ ‘스타 이즈 본’ ‘어거스트 러쉬’. 이 영화들은 영화 그 자체는 물론, 극 중 OST까지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작품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이 영화들을 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외출이 꺼려진다면 영화 대신 책을 보면 어떨까. 그래서 소설 <레 미제라블>을 권한다.
 빅토르 위고가 35년 동안 마음속에 품어 오던 이야기를 17년에 걸쳐 완성해 낸 세기의 걸작인 <레 미제라블>은 1862년에 초판 인쇄됐다. 프랑스를 배경으로 워털루 전쟁, 왕정복고, 시민혁명이라는 19세기 격변을 다룬 역사 소설이다. 그리고 당시 프랑스 사람들의 지난한 삶과 한을 담은 민중 소설이다. 또한 사상가이자 소설가이고 시인이었던 빅토르 위고의 철학과 서정이 담겨있다. 전 세계의 많은 문인, 비평가, 독자들이 이 소설을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세계’라고 평가한다.
 무식하고 가난한 시골 일꾼 장 발장은 조카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빵 한 덩어리를 훔치다 붙잡힌다. 여러 번 탈옥을 시도했기 때문에 무려 19년에 걸친 감옥살이 끝에 석방된다. 출소 후 그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좌절하고, 결국 인간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또다시 절도와 살인의 유혹에 빠진다. 그러다가 촛대를 훔치려던 자신을 용서해 준 미리엘 주교의 신뢰와 사랑에 깊이 감명 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한 도시에 공장을 세우고 사업에도 성공한다. 팡틴과 그녀의 딸 코제트를 비롯해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도움을 베풀며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시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집요한 형사 자베르가 그의 정체에 대한 의심을 놓지 않고 끈질기게 장 발장을 쫓는다. 마들렌이라는 가명으로 살아가던 장 발장은, 어느 무고한 사람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스스로 험난한 길로 뛰어들고, 그의 삶은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리고 장 발장은 진정한 자기희생과 속죄를 실현한다.
 이것이 우리가 아는 줄거리이다. 그 이야기만 따라가도 ‘비천한 인간이 어떻게 성인이 되고, 어떻게 예수가 되고, 어떻게 하느님이 되는’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레 미제라블>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당대의 역사, 사회, 철학, 종교, 인간사까지 담고 있어 영화나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었던 더 큰 감동을 줄 것이다.
 동화 <장발장>을 읽은 기억을 가지고 이 작품을 보는 독자들에게는 소설 1권을 다 읽을 때까지 장발장과 코제트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미리 알려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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