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영 편집국장

  코로나19사태로 외식, 화훼, 관광, 유통, 전통시장 등 우리 경제전반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고통을 분담하고자 하는 착한 건물주들 등장은 가뭄에 단비만큼이나 반갑기 그지없다. 지난 26일 기준으로 전국 190명의 건물주들이 3319개 점포의 임대료를 깍아주거나 아예 받지 않았다. 자고나면 100명, 200명씩 환자가 늘어나면서 초췌하게 변해버린 대구를 구하고자 몰려가는 수백명의 의사들에게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확인한다. 품귀를 넘어 아예 구하기조차 힘들어진 마스크를 보급하고자 마스크를 손수 만들어 공급에 나선 김해자원봉사단체들의 움직임에서도 감동을 넘어선 뜨거운 뭔가를 느낀다. 대구 원정 의료봉사자들에게 무료로 집을 내주는 대구시민들, 마스크를 나눠주는 택시기사, 남은 식재료를 나눠주는 손님이 뚝 떨어진 식당주인에게서 공동체라는 단어를 다시 떠올린다. 마스크 착용은 곧 예절이라는 인식의 확산에서도 우리 국민의 성숙성을 새삼 깨닫는다.

코로나19사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얼굴만이 아니라 우울한 자화상도 보여준다. 대구 신천지모임에 다녀왔다며  장난삼아 감염검진을 받은 20대 남성, 신천지 교인이란 사실을 숨기고 태연히 근무한  대구의 한 보건소 직원에서는 최소한의 배려심마저 사라진 인간성의 실종을 본다. 기승을 부리는 온라인 마스크 판매사기에서는 위기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극단적 이기주의를 목격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리더십의 부재다. 국세청은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41개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222개 등 총 263곳에 조사요원 500여 명을 투입해 제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부 유통조직이 마스크 30만장을 한꺼번에 사들이면서 세금계산서 없이 거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매점매석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다수 발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매점매석을 하다 잡힌 사람은 없다. 2월들어 지난 20일까지 중국 마스크 수출액은 1억1845만 달러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200배나 치솟았다. 1억 장이 넘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스크 품귀현상은 매점매석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출에 따른 물량절대 부족 탓도 크다고 봐야 한다. 마스크 품귀를 매점매석 탓으로 돌리는 것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수출제한에 나섰다고는 하지만 10%까지 수출길을 열어둔 것도 마땅치 않다. 전략비축물자로 인식해 확진자 1명이 나오자 바로 수출봉쇄조치를 취한 인도 등 다른 나라와 한참 비교된다.

정치인의 대구 봉쇄 발언, 보건복지부 장관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발언에서는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중국으로부터 조롱당하고 세계로부터 쫒겨나가는 현실에서는 외교력 실종을 넘어 이땅의 지도자들 머리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더더욱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은 코로나19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다. 항간에서는 대구지역의 코로나 사태를 총선을 겨냥한 음모라고 주장한다. 대구지역을 특정정당과 연결해 얻고자 하는 이익이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흔히 위기를 맞으면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작금의 코로나19사태는 코로나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세계의 격찬에 취해 느슨해진 경각심이 낳은 참사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대한민국에 자생하고 있는 또 다른 두개의 바이러스가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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