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철 시인

비 오는 산해정에서

조차산을 등에 업고
나즈막히 자리잡은 산해정이
계절도 잊은 비에 흠뻑 젖는다

개망초 잎보다 여린
이제 겨우 아홉 살짜리 차산을
뒷산에 묻으며 흘린 눈물은
경의의 싹을 틔웠고
그 뿌리는 세월보다 더 깊어간다

짙은 안개에 묻힌
조차산의 전설처럼
남명은 인심에 묻히고
또 일제에 말살되고
이데올로기에 가리고
민주주의에 왕따 당하더니,
이제야 안개 걷히듯
베일에 가린 거대한 보물이
세상을 빼꼼이 내다본다

산해정 선비는
녹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허황후가 그랬듯
그렇게 호연지기를 꿈꾸었으리라.

 

허남철 시인

허남철 시인

약력


김해문인협회 부회장 역임
최초의 복지문학가
김해대 겸임 교수
산해정 인성문화 진흥회 회장
저서 휠체어가 춤추는 세상을 위하여 외 다수

 

시평

가슴 먹먹한 날은 산에 오른다고 한다, 산해정 뒷산을 오른  허남철 시인은 이렇게
표현한다. 비 오는 산해정은 언제나 그렇듯 한적한 울림을 품고 있고
조차산을 병풍삼아 산해정 마당에서 내다 보이는 낙동강은
온갖 잔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홍진을 끌어안고 유유히 흐를 뿐이다 라고.
허시인은 짹짹이는 새소리의 울림있는 산과 자연의 유순한 물길따라 그의 정의로운 마음따라 살아감이 우리 삶의 열정이라고 본다. 유덕한 학문을 베풀어 경의를 바탕으로 입어 지혜로운 실천 사상으로 주체적인 이끌음에 현실을 나아 가자는 뜻을 표하고 있다. 시인의 사유적 철학이 여기 이 시 한편에 잘 묻어나는 듯하다.  (시인 박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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