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마을 인문학 / 김준 지음 / 따비 / 320p / 1만 7천 원

 

 한때 농촌생활에 대한 책이 유행처럼 나왔다.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책, 귀농하여 정착한 사람들의 경험을 담은 책 등이다. 지금도 꾸준히 나온다. 그에 비해 어촌생활을 담은 책은 흔하지 않다. <바닷마을 인문학>은 어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 김준은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22세 때, 전남 신안군 암태도를 찾아갔다. 이 섬에서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일어났던 소작쟁의를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암태도의 소작인들은 식민성 지주 문재철과 이를 비호하는 일제에 대항해 소작쟁의를 벌였다. 문재철은 암태도 수곡리 출신으로 일제의 식민수탈정책에 편승해 토지 소유를 확대한 전형적인 식민성 지주였다.

 저자는 연구대상으로 섬을 찾아갔지만, 점차 섬과 섬사람을 사랑하게 됐다. 그에게 섬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섬은 거대한 바다 위에 버티고 선, 작지만 큰 또 하나의 뭍이었고 작은 우주였다. 섬사람들은 파도와 바람으로 매일 매일을 가득 채우고, 소금과 김과 미역으로 역사를 꾸리가면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저자는 그런 삶의 풍경, 생활의 모습에 매혹되었고, 섬과 바다를 떠돈 지 어느덧 스무 해가 넘었다. 그렇게 해양문화를 연구했고 현재 전남발전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다. 갯벌과 바다, 섬과 어촌을 찾고 그 가치를 끊임없이 기록해왔다.
 
섬에서 사는 일은 고단하고 힘들다. 경기도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안에 있던 작은 섬 어도 이야기를 보자. 어도에서는 굴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과 자갈을 가져다 섬 주변 갯벌에 부었다. 양식장을 만드는 일보다 더 큰 문제가 섬과 뭍을 잇는 다리를 놓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도와 마주보는 뭍의 고포리 마산포를 잇는 길을 만들어야 했다. 물이 들면 바다가 되고, 물이 빠지면 갯벌인 곳. 어도 주민들은 3년에 걸쳐 돌과 자갈을 머리에 이고, 등에 져서 날라 그 갯벌에 쌓았다. 물이 들어왔다 나갈 때 쓸려나가고, 다시 쌓고, 또 바닷물에 쓸려 가기를 반복하면서 1972년 마침내 다리를 완성했다. 어도 사람들이 모두가 개미처럼 일해 만든 다리라고 해서 이름도 ‘개미다리’다.
 
완도군 한 섬마을에서는 마을 공동어장을 분배하는 기준 중 하나로 가족 수를 고려했다. 보살펴야 할 가족이 많을 때 어장 규모를 조금 더 주는 것은 함께 살아간다는 인정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 섬에서는 단순히 산술적인 평등을 넘어 실질적인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아낙들은 갯벌을 평평하게 고르는 일을 동시에 한다. 물이 들었다 나갈 때 웅덩이가 생기지 않고, 어린 바지락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갯벌체험 한답시고 마구 파헤치는 도시사람들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어촌의 삶은 곧 생태임도 알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바닷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바닷마을을 오랫동안 즐기기 위해서도 우리가 바다와 갯벌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향해 더 많은 섬을, 더 많은 섬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고 하는 저자의 마음이 이 책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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