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남명학박사

한상규 김해남명정신문화원장/남명학박사.

 5) 남명 의사상의 성격과 연원
 (1) 남명 의사상과 성격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남명의 의는 경과 함께 유교에서 매우 중시되는 덕목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남명의 의가 단순히 유교적인 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명이 평상시 지녔던 검이 의의 표상이라는 데서 이 점이 잘 드러난다. 왜 검이 의의 표상이 되는가? 그것은 검이 단호성과 결연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불의를 단호하게 결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명이 검명인 ‘외단자의’를 통해서 의-검-외단이 상호 연결됨을 보인 것은 탁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은 동시에 무의 상징이다. 따라서 남명의 의는 검-무와 연결된다고 하겠다. 여기서 남명의 의가 단순히 유교적인 의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유교는 ‘무기를 감추고 문사를 닦는 것’을 강조하는 데서 잘 드러나듯이 무의 성격이 약하고 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유교의 선비는 문사이지 무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남명의 의 가운데 유교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은 무엇인가? 유교에서의 의에는 이론적인 의와 실천적인 의가 있다. 이론적인 의는 리와 연결되어 의리가 되는데 이것은 궁리의 대상이다. 실천적인 의는 기와 연결되어 의기 내지 호연지기가 되는데 이것은 행의와 연결된다. 남명의 의가 지니는 유교적인 성격은 의리보다는 의기에 가깝다. 이 점은 남명의 학문성향이 궁리보다는 행의 위주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더라도 분명해진다.

 《맹자》에서는 ‘호연지기는 의를 실천함으로써 생겨나게 된다’라고 하였다. 남명 역시 기를 강조하고 중시한다. 남명은 의와 관련하여 의기를 중시한다. 이것은 호연지기와 상통하는 개념이다. 이처럼 의와 기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남명학파의 특징은 상의주기로 표현된다. 그러나 이 상의주기 역시 유교적인 의와 기만 가르키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유교 이외의 다른 요소인 검-무로 연결되는 무적인 의기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음을 앞으로 살펴보게 될 것이다. 이에 비해 남명학파와는  여러모로 대조적인 퇴계 학파는 그 특징이 인을 숭상하고 리를 주로 한다는 측면에서 상인주리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유교적이고 문적인 요소 외에 다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남명의 의사상에는 유교적인 의와 비유교적인 의, 달리 말하면 문적인 의와 무적인 의가 동시에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 남명의 의사상에 들어있는 비유교적이고 무적인 의의 연원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2) 남명의 무적인 의의 연원
 남명 이전에 이 땅에서 의를 매우 강조하고 중시하였던 이들로는 신라의 화랑들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진위논쟁을 거쳐 최근에 와서 거의 진본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김대문의 《화랑세기》에 의하면 화랑도에서는 도의가 중시되는데, 이때 도는 선도를 가리키고 의는 무도를 가리킨다. 또한 선도는 문사와 연관되고 무도는 무사와 연관된다고 한다. 이처럼 화랑의 무리들은 도(선도-문사)와 의(무도-무사)를 아울러 닦았기 때문에,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도 언급하였듯이 ‘현명하게 임금을 보좌할 수 있는 충성스러운 신하와 훌륭한 장수와 용감한 병졸들이 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화랑들은 도와 의, 혹은 선도와 무도를 동시에 닦았지만 그들이 더욱 중시한 것은 도 보다는 의였다.

 《화랑세기》에서는 무도와 동일시되는 의가 의기로부터 나온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 의기를 배양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검도수련이 강조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검도수련을 통하여 의기가 형성되면 이 의기로부터 무도 내지 의가 나온다는 것이다. 여기서 무도란 ‘무사가 가는 길’을 가리키는데, 이것이 곧 의라고 한다면 의를 중시한 신라의 화랑들은 문사보다는 무사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함을 알 수 있다. 결국, 화랑도에서 나타나는 의의 특징은 무도-의기-검도로 정리되는데, 이것은 남명에 있어서의 의가 유교적인 요소 외에 검-무의 무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남명의 의사상 속에 신라 화랑도의 의정신이 스며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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