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샘터

월간 샘터 / 샘터편집부 / 샘터사

 몇 달 전 가을, <샘터>가 2019년 12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될 지도 모른다는 보도가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마음이 아팠다. 언론마다 폐간 위기를 보도했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다. 그런데 <샘터>가 다시 기사회생했다. 다행이다.

 고등학생 때 처음 <샘터>를 봤다. 잡지를 읽고 나서 주변사람들을 배려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게 내가 행복해지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해인 수녀, 법정스님, 소설가 최인호의 글과 똑같은 무게로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 지면에 배치돼 있었다. 유명인의 글이라고 대우해주고, 일반인들의 글이라고 소홀하게 대하는 게 아니라 똑같이 다루고 있다는 게 신선했다. 나 자신이 <샘터>에 실린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샘터>와의 첫 만남은 필자에게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폐간 위기 보도가 전해졌을 때 많은 독자들이 나섰다. 샘터를 아끼고 샘터의 역사와 추억을 함께한 사람들이었다.
 
 서독 간호사로 갔다가 평생의 꿈인 성악가로 거듭 나고, 오래 전 샘터 생활수기상을 받았던 박모아덕순 씨는 샘터사를 방문해서 격려금과 짧은 편지를 전했다.  “내 곁의 다정한 동반자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고국의 소식을 전해주던 다정한 친구였는데… .” 이 편지는 먼 타국에서 받아보았던 작은 잡지 <샘터>가 바로 고국이고 고향이었음을 말해준다.

 감옥에 있는 한 재소자도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비록 갇혀있는 처지이지만 사회에 남아있는 돈을 익명으로 기부하겠습니다. 반드시 샘터를 계속 내주십시오.” <샘터>가 가파른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었음을 알게 한다.

 우리은행의 후원도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시중 은행 중 저희가 제일 오래됐습니다. 49년 된 샘터가 1년만 더 버텨도 반세기인데, 힘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다. <샘터>는 국내 최장수 월간 교양지이다.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발행돼 왔다는 것이다. 유명인의 스캔들이나 유행을 쫒지 않았고, 인간과 삶을 우선으로 생각했고, 따뜻한 세상과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지켜왔다.

 당대 최고의 문필가들과 명사들의 쓴 날카로운 산문에서부터 고달픈 삶 속에서도 용기와 온정을 잃지 않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수록했다. 일터에서 흘리는 땀방울의 소중함, 이웃들이 생활 속에서 겪는 아름다운 이야기, 고난을 딛고 일어선 인간 승리의 이야기는 독자들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작은 잡지이지만 책 정보, 여행, 음악, 의학 정보 등 다양한 읽을거리도 담았다. 생활 속의 깊은 감동, 자잘한 웃음을 나누고 싶은 전국의 독자들이 매달 <샘터>와 함께 했다.

 50년 세월을 눈앞에 둔 잡지가 폐간됐더라면 우리나라의 문화적 자산 하나가 사라졌을 것이다. 그 전에 <샘터>가 다시 살아나서 정말 다행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신문이나 잡지도 마찬가지다. 인쇄매체를 만드는 회사들마다 어려움이 크다.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한 자 한 자 인쇄된 책의 지면이 주는 감동은 변하지 않는다. 폐간 위기 보도가 나왔을 때 구독자 수가 오히려 늘어난 <샘터>가 그 감동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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