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일 변호사

김은일 변호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참으로 종잡을 수가 없다. 정권에 따라 왔다갔다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슨 사건만 터지면 휘청거리기를 반복한다. 정부는 얼마 전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전격적으로 발표하였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 자사고와 외고 폐지는 절대로 안된다는 주장을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국가권력의 행사나 국가정책의 수립·변경은 최소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있는 것인데 수십년간 지속되어 온 교육제도를 충분한 논의도 없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작전하듯이 처리한 점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한다.

 사실 지금껏 여야를 불문하고 평준화 교육이냐, 수월성 교육이냐라는 해묵은 이념적 논쟁과 그때 그때 언발에 오줌 누기식의 땜질식 정책에 의존해온 것이 우리 교육정책의 현실이다. 교육이라는 것이 결국 사회에 맞는, 그리고 필요한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본질적인 기능일 것인데, 우리는 지금 존재하는 사회에 맞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을 해왔을 뿐 앞으로 올 세상에 대한 고민에 근거한 교육정책을 세운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일본은 내년부터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유지되던 시험을 통한 입시제도를 폐지하고 대신 국제 바칼로레아를 도입한다고 한다. IB라고 불리는 국제 바칼로레아는 스위스에서 시작된 교육 과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동양에서는 일본이 처음으로 도입하는데 동양에 주입식 교육으로 대표되는 입시 교육을 정착시킨 주범이 일본인데, 왜 그들이 주입식 교육을 버릴까?

 미국은 더하다. 하버드 등 미국의 명문 의대들은 2019년, 올해부터 강의를 전면 폐지했다. 지식을 전수하기 위한 강의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플립 러닝이라는 수업 방식을 도입하였는데, 이것은 토론 위주의 수업이되 기존의 논쟁적 토론이 아닌 대화 위주의 토론을 통한 수업이라고 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한 교육을 한다는 슬로건을 내건 학교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은 교육방식이 기존과 완전히 다르다.

 선진국들이 100년 이상 유지되던 교육제도에 이렇게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서이다. 인공지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앞서가 있다. 구글의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는 이미 330만 킬로미터 무사고 운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공지능 의사인 왓슨은 인간 의사보다 수 만배의 의료정보를 학습하고 진단의 정확도도 인간 의사보다 훨씬 높다. 인공지능 변호사 로스는 인간 변호사가 300건을 처리하는 시간에 60만건을 처리한다. 골드만 삭스, JP모건 같은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이미 자신을 인공지능 회사로 선언한지 오래되었다.

 미래 사회에서 이제 지식과 기술은 인간이 담당해야 할 영역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공감 능력, 창조적 상상력, 깊은 사고력 등 즉 인공지능은 절대로 도달할 수 없는, 보다 높은 정신적 영역만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이러한 인간 고유의 영역을 발전시켜야 인공지능에 대체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수단으로 삼아 지배할 수 있다고 인공지능을 만든 그들은 생각하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자사고 폐지를 해야되니 말아야되니 하는 논쟁을 한가롭게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거다. 오지 말았으면, 늦게 왔으면 하는 일은 항상 예상보다 빨리 닥치기 마련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지배당한다. 준비하자. 국가가 못하면 나부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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