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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눈으로 읽는 심슨과 그 가족사심슨 가족이 사는 법
심슨 가족이 사는 법 / 윌리엄 어윈 외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492p / 2만 2천 원

 세상에 이보다 유명한 가족이 있을까. 미국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심슨 가족’은 전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진 가족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노란 피부에 엄청나게 큰 눈, 이상한 머리모양을 한 등장인물 그림을 보면 ‘심슨이다!’하고 금방 알아차릴 정도이다.

 ‘심슨 가족’을 가족 중심 생활 에피소드를 다루는 코미디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 웃음 뒤에 철학적인 사유가 깊이 깔려있다. 펜실베이니아 킹스칼리지의 철학 교수 윌리엄 어윈을 비롯해 여러 명의 학자들이 철학의 눈으로 읽는 호머 심슨과 그 가족이 사는 세상을 소개한다.

 ‘심슨 가족’은 1989년부터 폭스 TV에서 독립 프로그램으로 매주 한 편씩 방영되기 시작해서 30년이 지난 현재, 시즌 30을 달리고 있다. 미국 텔레비전 방송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주시청 시간에 방영되고 있고, 미국 애니메이션영화의 스타일을 재창조했다는 찬사를 듣고 있다. 25번의 에미 어워드(Emmy Award) 수상 외에도 수많은 상을 받았다.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은 일상을 다룬다. 가족들의 엉뚱함, 졸렬함, 억울함, 사랑스러움 등 사람들 모두가 공통으로 가진 내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현실을 비판하고 사회의 부조리를 내보이는 블랙코미디 ‘심슨 가족’의 인기는 대중적인 차원에 머물지 않았다. 수학, 심리학, 신학, 정치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전문가들이 ‘심오한’ 의미를 찾겠다며 눈에 불을 켜고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수많은 전문가들이 심슨 가족들이 주고받는 기막힌 농담에서 심오한 통찰을 찾아냈다. 이 책에서 그 철학적 의미들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심슨 가족의 가장인 호머 심슨이 하는 대사는 웃음을 터뜨리게 하지만, 그 대사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호머 심슨은 “나가봤자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집에 돌아올 텐데” 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T. S. 엘리엇을 떠올리게 한다. 엘리엇은 “모든 탐험의 끝은 우리가 시작한 곳으로의 귀환이 될 터이니”라는 문장을 남겼다.

 호머의 말은 촌철살인적인 의미를 가진다. 지난 30년간 남긴 수많은 명대사는 웬만한 철학 격언 못지않게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직장이 맘에 안 드는 사람은 파업 안 해. 매일 제때 출근해서 엉터리로 대충 일하지.”라는 대사, “자본주의라는 기계가 노동자의 피를 기름칠해서 돌아간다”는 대사는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 같기도 하다.

 필자가 기억하는 대사도 있다. 첫 번째 시즌 1회 때의 장면이다. 심슨가의 아이들 바트와 리사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크리스마스 학예회가 열렸다. 호머는 아내인 마지에게 이끌려 학교로 갔고, 강당에서 친구를 만난다. 그 친구도 아이들의 학예회를 보러 온 것이다. 호머는 친구와 눈이 마주치자 이렇게 말한다. “자네도 역시 끌려왔군!” 회사에서 돌아와 좀 쉬고 싶어도 자녀들 행사에 꼬박꼬박 참가해야 하는 아빠의 솔직한 심정이 이 대사 한 마디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 대사에 웃음이 터지던 아빠들이 많았을 것이다.

 

심슨 가족이 사는 법 / 윌리엄 어윈 외 지음, 유나영 옮김 / 글항아리 / 492p / 2만 2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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