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관 시인

 

탕건바위

이병관 시인

오랜만에, 참 오랜만에
신어산 탕건바위에 올라 사방둘러 보니
고향산천 아래 세상 두루두루 다 보이더라
어릴 적 보던 풍경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속에 치미는 느낌은 옛 그대로였지
돌아가신 지 까마득히 멀어진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소식 끊어진 옛 친구들까지
머릿속에 절로 들어와 살랑대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더라
언제든 와서 오르라며 엎드려 등 대어주니
이게 고향 사는 깨소금 맛 아니겠는가

 

시인 약력

김해 삼방동 출생
『한글문학』 등단
김해문인협회장 역임
칠암도서관장 역임

 

양민주 시인

◈ 양민주 시인의 시평

 시인은 김해 삼방동 토박이다. 한자로 어방(防)동의 ‘방’자와는 달리 꽃다울 방(芳)자를 쓰는 삼방동은 아름다운 충절의 고장이다. 탕건바위는 신어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출렁다리가 있고 출렁다리를 지나 오른쪽에 있는 바위이다. 지금은 숲에 가려져 잘 안 보인다. 갓 아래 받쳐 쓰는 탕건처럼 생겼다고 하여 불린 바위로 고향 토박이가 아니면 잘 모른다. 고희를 훌쩍 넘긴 시인이 오랜만에 탕건바위에 올라 옛날을 회상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삶이 고맙기도 하다. 시인은 세상을 바라보는 맑은 눈을 가졌다. 태어나 지금까지 고향산천을 지키며 깨소금 맛이 나는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이 참 부럽다. 타향살이에 고향을 떠올려주는 감동의 글이다.

 

□ 알림
 김해일보가 7월부터 <양민주 시인의 시가 있는 김해 풍경> 코너를 연재한다.
이 코너는 양민주 시인이 김해 지역 시인의 시를 발굴해 꾸려진다. 양민주 시인이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도움말을 보태고, 그림은 서예가 범지 박정식 선생이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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