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출 정승은 그 언약을 지키기 싫어 여의를 아들이라고 속이고 남장을 하여 키웠다. 어린 세와 여의는 친구가 되어 짓궂은 장난도 하였다. 오줌 멀리 누기 시합을 할 때는 여의는 기지를 써서 대나무를 이용하여 위기를 모면하는 등 남자 행세를 하였다. 그러나 물에서 헤엄놀이를 할 때 가슴이 봉긋이 드러나온 것을 보고 황세는 눈치를 채고 드디어 두 사람은 여정으로 변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몹시 사랑했다. 그리고 훗날을 약속했다. 한편 황세의 부모는 친구 출정승에게 대해 서운한 마음과 괘씸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출 정승은 가난한 황 정승 집안과 가까이 되는 것을 꺼리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정분이 깊어졌으므로 마지못해 약혼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군대에 나간 황세가 낙동강 전투에서 많은 공을 세워 하늘장수라 칭호를 얻고 상장군에 이르렀는데 마침 부마로 책봉을 받게 됨에 따라 황세의 부모는 너무나 기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파혼당한 여의 낭자는 실의에 빠져 두문불출 집에만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내 호구 사랑받고 백년해로 원했는데

이미 맺은 여의 인연 어이할 일이런가

한밤중 전전하며 원앙침 눈물짓네

 

기묘년 10월 초이틀

-여의 낭자 자결하고 부마 병환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주륵주륵 내린다. 찬 기후에다 비가 내리므로 더 추워지는 것 같다. 구슬이는 헐레벌떡 나에게로 다가와서 여의 낭자가 죽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늘문 앞에서 단검으로 스스로 자결했다는 것이다.

 아! 이 일을 어쩌면 좋아. 부마에게 알리지 않는 방법이 없을까.

 하지만 가야 천지가 다 알 사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일일 것이다. 구슬에게 더 소상히 알아오라 일렀다.

 아! 밤마다 독룡이 나타나 괴롭히던 것은 이런 변고를 선몽했단 말인가. 부마는 여의 낭자가 자결한 후 식음을 끊었다. 도무지 밥을 먹지 않고 누워있다. 눈은 몽롱하고 이마에는 미열이 나고 있다. 어의를 불러 치료하게 하였으나 마음에서 온 병일테니 편작인들 무슨 효험이 있을까. 그의 아픔은 이해가 가나 나로서는 너무나 서운하다. 공주의 자존심은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황세 장군은 궁중으로부터 부마에 책봉되었을 때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을까. 물론 어명을 어기기가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한 번쯤이라도 소상히 간언할 수는 없었을까. 한마디라도 있었다면 그와의 합환이 없었을 것이다. 나의 자존심이 허락 않았을 것이다.

 일찍이 성현들은 예와 약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인의로써 가르침을 베풀었다. 아바마마께서 인과 의를 게을리 않았으나 황세 장군과 나의 합환은 인의를 소홀이 하셨단 말인가. 국가의 안위를 위하고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데 뜻을 모았지만 한 남녀의 정분문제는 해결할 수 없던 걸까? 어쩌면 나와 아바마마 그리고 황세 장군 모두는 나라를 위한 희생자인지 모른다. 아바마마께서 ‘이 모든 것은 이 유충인의 부덕의 소치이다’ 하시며 탁식하시었다.

 왕관은 가시관일 수 있음은 높은 산은 햇살에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그 밑의 계곡은 짙은 음영이 깔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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