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인

소공인 / 전순옥 지음 / 뿌리와이파리 / 302p / 1만 8천 원

 정직하게 일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 시대가 아무리 어수선해도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세상은 살아갈 가치가 있다.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날이 온다는 기대와 희망이 우리를 살게 한다. 이 책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의 중요한 장면이었던 전태일 열사의 누이, 전순옥이 만난 우리 시대의 장인들의 이야기다.

 소공인은 숙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 기술로 우리나라의 19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일익을 담당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가 철 지난 사양산업이라며 돌아보지 않는 사이에도 그들은 의류봉제를 비롯해 수제화, 가방, 안경, 주얼리, 액세서리, 인쇄, 금속가공업 등의 소규모 제조업에서 일한다. 노동 집약도가 높고 손기술을 포함한 숙련 기술을 가지고 소규모 제조업서 일하는 사람들이 소공인이다.

 서울시 수제화 명장 1호인 유흥식 씨는 1949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났다. 13살 때 서울로 올라와 당시 수제화 최고의 전문점이었던 명동기능제화에서 구두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19살 때 선생님 소리를 들었다. 2006년에 드림제화를 설립해 운영하면서 기술전수를 하고 있다. 유명장의 구두는 수 십만 원에서 수 백만 원에 이른다. 그는 백화점에서 파는 수입 구두는 비싸도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수 십 년간 구두를 만든 기술자가 만든 구두가 비싸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일부러 가격을 낮추어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한다. 재료비나 일하는 공임을 생각하면 더 낮출 수도 없다. 유 명장의 솜씨를 아는 고객은 수 십 년 동안 자신의 몸을 받쳐주는 구두를 유 명장의 손길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큰 회사에 다니는 직업인만 대우하는 지도 모른다. 하루는 보험회사 직원이 와서 유 명장의 수입을 계산하면서 구두 만드는 일을 일용잡직으로 취급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구두 만드는 일로 마음을 풀었다. 유 명장은 수제화 기법을 전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 전수되어야 하는데, 기술을 보유한 세대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평생 동안 단 한 번도 이 일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을 만큼 구두가 좋다는 유 명장. 긴 세월동안 단단해진 두 손, 최고의 기술자라는 자부심과 숙련된 기술을 서울대 졸업장과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한다.

 책에 소개된 9명의 장인이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숙련된 기술을 익혀서 살아온 세월을 자랑스러워한다. 평생직장은 없어도, 평생직업은 있는 것이다. 저자 전순옥 씨는 블루칼라야 말로 블루오션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기술자로 산다는 것의 가치를 말해주고 싶어 장인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묶었다.

 이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을 담당하면서 자신과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것을 전 생애를 통해 증명하는 분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수 십 년간 기술을 익혀 장인의 경지에 오른 분들의 이야기는 감동과 희망을 함께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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