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박경용 가야스토리텔링 협회장

 기묘년 6월 초사흘

 -약혼식과 독룡꿈

 황세 장군의 아버지 황 정승과 그의 어머니는 정갈하게 옷을 입고 황세 장군과 함께 궁궐에 입궁하시었다.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는 나를 데리고 그들 앞에서 정중한 예를 올리도록 하였다. 과주를 진설하고 성출 사유를 고사로 독고하였으며 몇 마디 말씀을 나누었다. 오늘을 택일한 것은 삭망일이기 때문이라 하시었다.

 시부모가 될 황세 장군의 부모님들은 매우 흡족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모든 진행을 하시는 것이어서 나도 마음이 한결 좋았다. 이제 고사당 예를 갖추었으니 육례를 갖추어 합환하게 된다고 어마마마께서 나에게 소상히 설명하시었다.

 약혼례를 갖춘 후라서인지 피곤한 느낌이 들어 일찍 침상에 들었는데 잠이 잘 오지 않아 늦게야 잠을 잤는데 이상한 꿈을 꾸었다. 독룡이 나타나 나를 휘감고 나의 전신을 조이는데 갑자기 흰 연기 같은게 나의 시야를 가리며 저 구만리 장천으로 독룡의 힘에 의해 멀리멀리 가다가 잠이 깨이었다. 꿈이었다.

 어마마마께 말씀 드렸는데 좋은 징조가 아니라면서 만어산 어산불영과 왕후사에 들러 부처님께 간구하라 하신다. 나는 신녀들과 함께 말을 타고 만어산에 당도하였다.

 만어산에는 다섯 나찰녀가 있었는데 독룡과 사귀었다. 까닭에 번개치고 비가 내려 4년이나 오곡이 익지 못하여 왕은 주술로써 금하려 하였으나 금치 못했다. 부처를 청하여 설법했는데 그제야 나찰녀는 오계를 받아 그 후 재해가 없어졌다. 그 때문에 물고기와 용이 화하여 고을 속에 돌이 가득하여 쇠북과 경쇠의 소리가 났다.

 부처가 결가부좌하고 새벽녘에 앉아 있었는데 중생들이 볼 때 멀리서 바라보면 보이다가 가까이서 보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사람들은 이를 어산불영이라 하고 부처가 돌 위를 걸으면 금옥소리가 났었다 한다. 해가 질 무렵 귀궁하였다.

 나찰녀 독령 재앙 아무리 날뛰어도

 부처님 설법으로 눈 녹듯 사라지네

 어이야 어산불영 유민 소녀 도우소서.

 

 기묘년 7월 스무 아흐레

 -망산도 노래

 하늘은 높아가고 산과 들에는 기화요초가 만발하다. 제비들은 남녁 땅으로 날아가고 북으로 갔던 기러기들이 이곳은 뒤덮을 날이 머지않았다. 해마다 7월 스무 아흐레 날은 백성들이 동리마다 마당에 모여 가무를 즐기며 놀이를 한다. 떡, 과일, 차, 과자를 푸짐하게 차려놓고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즐기는 것이다. 바다에는 남정네들이 패를 나누어 각기 배를 타고 고포에 누가 먼저 당도하나를 두고 시합을 한다.

 육지에서는 망산도 유주석 쪽으로 말을 달리면 누가 먼저 당도하는가를 겨루어 내기를 하는 것이다. 야야 하는 소리와 외쳐대는 구령 소리가 사방에서 들린다. 또한 줄다리기에 온힘을 다한다. 그 옛날 유천간과 신귀간들이 허황옥 공주가 바다 건너온 사실을 수로왕께 아뢰었던 옛 자취를 기리는 행사이다. 함께 부르는 노래를 듣기만 해도 신명이 난다.

 오셨네 오시었네 공주님 오시었네

 가야 땅 남쪽 바다 망도산에 오시었네

 만경창파 바닷길에 파사석탑 싣고 왔네

 머나먼 아유타국 황옥 공주 오시었네

 하늘의 점지 있어 가야의 국모 되리

 유천간 신귀간은 수로왕께 고하소서.

저작권자 © 김해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